마지막 정리하다 발견한 희망
근래 어린이집 원아가 많이 줄었다. 어린이집의 존폐를 고민하는 요즘 출근길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 출근길에 올랐다. 초등학교 앞 대각선의 건널목에 이르렀다.
유모차에 아가를 태우고 한 손은 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바쁘게 건널목을 건너는 젊은 엄마의 모습에, 자기보다 큰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질질 끌며 종종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너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 언니 오빠의 손을 잡고 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지런히 건너는 아이들로 대각선 건널목이 인산인해다.
갑자기 웬일이지? 잠시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널목 옆에 있는 초등학교가 개학과 동시에 입학식을 한 것이다. 그간 긴 겨울 방학이었다. 출근길이 한동안 한산했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활기를 다시 느낀다. 활기차게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 반갑고 귀엽다. 두리번두리번 주위 아이들을 둘러보며 평소와 다른 느린 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넜다. 겨우 초록색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기 직전에 급히 인도로 두 다리를 올려놓았다.
“ 신호를 지킵시다” 라 쓴 노란 깃발을 들고 계신 어르신께서 그런 나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신다. “오늘 아침은 참 재미있고 좋네요. 아이들 개학하니 너무 좋아요.”하신다. “예 아이들이 개학도 하고 입학도 했나 봐요. 활기찬 아침이 참 좋네요.”잠시 서서 서로의 감정을 몇 마디 나누었다. 사람의 감정은 거의 비슷하구나 싶다. 오늘 아침 학교 앞 건널목의 넘치는 활력에 처져 있던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건널목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란 깃발로 수신호를 해주는 어르신께서도 건너는 사람도 드문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은 의미 없고 지루했는데 귀여운 아가들이 등교 시간 몰려나오니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보기 좋아 이 아이 저 아이 둘러보며 건널목을 건넜다. 더구나 같은 행복한 감정을 나누며 공유할 수 있는 어르신이 계신 것도 참 좋다.
오늘 아침 건널목의 활기찬 모습은 그간 의기소침했던 마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린이집을 산뜻하고 말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이 펼쳐질 내 앞날을 활기차게 시작하도록 하자. 마지막이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란 말을 생각해 냈다. 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 가슴 뛰는 희망을 맛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