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Nevermind (1991)

Come as you are

by Music Listener
Nevermind.jfif Nevermind (1991) - Nirvana


가장 어려운 앨범 리뷰일 거 같아 이미 마음이 무겁다.

Nevermind. 진정한 시대의 표상인 앨범. 당시 무수한 헤비메탈 하드락 그룹들을 섬멸시켜 새로운 음악의 세상을 한방에 이끈 앨범이다. Metallica의 Black Album정도 잠시 살아남았고, Pantera정도만 기존 사운드로 Rock Scene에서 버텨냈을 뿐, 당시에 잘 나가던 모든 그룹들이 Nevermind로부터 열리게 된 Grunge sound에 전멸하게 되었다. 어떻게 앨범 한 장으로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까?


음악을 포함한 예술은 결국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효용일 텐데, 당시 메탈 밴드들의 음악은 화려함 자극적임 이외에는 제대로 우리의 마음을 울리지 못 한 채로 나쁘게 얘기하면 흑화 되고 있었다. 죽음, 마약, 악마주의 등 자극적이지만 알고 보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과는 괴리를 보이는 주제들로 가득했다. 설령 저런 식의 자극이 아니더라도 이집트 신화, 그리스 신화, 또 어느 나라인지 모르는 신화 등 도무지 와닿지 않는 난해함으로 그저 사운드만 전달되는 음악으로 Rock Scene을 가득 채웠다. 물론 그렇다고 Sex Pistols처럼 약하고 총 쏘고 자살하고 그렇게 진정 Punk로 살 필요는 없지만,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공허한 음악들은 사람들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에게 "인생은 점점 죽어 가는 거야" 이런 음악이 어떤 제대로 된 영향을 끼칠 수 있겠나. 고 2 어느 날부터 우리 노래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 동아기획 음악과 안전지대 앨범들, 그리고 정말 우연히 알게 된 GRP Label의 Fusion Jazz를 듣기 시작하게 되었다. 어차피 하루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4시간일 뿐. 공허한 헤비메탈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고 3 때는 내 나름대로 헤비메탈을 끊고(!) 강수지 1집과 GRP의 대장님이신 Dave Grusin의 Bossa Baroque가 담긴 Night-Lines로 내 시간들을 채워 나갔다. 정말, 헤비메탈은 단 한 톨도 안 들었다.


91O9WHif-aL._UF1000,1000_QL80_.jpg Night-lines by Dave Grusin (1984)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나의 헤비메탈 음악들은 서서히 잊혀 가고, 대학생이 되고, 실연을 하고, 한동준 노래를 듣고, 술 먹고 울고, 동물원 3집을 듣고, 또 술 먹고 울고, 어떤 날 2집을 듣고, 술 먹고 따라 부르고, 뭐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고딩 친구 지영이랑 도서관 가자고 해놓고 동대 근처 도서관에 가방을 던져 놓고 당구를 치고 있었다. 저 멀리 카운터에서 스피커 하나짜리 라디오에서 배철수 DJ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rit 듣겠습니다.

저 멀리 싸구려 스피커를 통해 나온 기타 인트로를 듣고 당구채를 던져 버리고 카운터로 뛰어가 노래를 들었다. 와. 이게 뭐지? 공간을 못 채우는 헐렁한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조져 버리는 드럼, 짐승에 가까운 절규, 가사는 못 알아듣겠으나 격정이 전달되었다. 당구고 뭐고 지영이와 레코드 가게에 가서 바로 CD를 사서 들었다. 아. 이런...


Smells like teen sprit 이후에 나온 소위 grunge rock은 alternative rock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난 이전의 rock에 신물이 나서 안 듣다가 이 앨범 한 장으로 다시 듣게 되었으니 내게도 진정한 alternatvie rock이었던 것이다. 긴 머리, 가죽옷, 화려한 기타 사운드가 이 앨범 한 장으로 마법처럼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나 역시도 몇 날 며칠을 이 앨범만 듣다가, Pearl Jam의 Ten을 또 사서 듣고, 뒤늦게 발매된 Nirvana 데뷔 앨범 Bleach도 사서 듣고 그랬던 거 같다. 나중에 Sound Garden, Alice in Chain도 사서 마구 들었던 거 같다. 다시 Rock을 열심히 듣게 되었고, 음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Queen과 Led Zeppelin을 다시 사서 들었고, Metallica와 Iron Maiden도 다시 꺼내 듣게 되었다. 이 앨범이 나를 다시 예전에 듣던 음악들을 꺼내 듣게 만들었다.


소위 Grunge 하던 밴드들, Nirvana, Sound Garden, Alice Chain의 보컬들은 다 시애틀 출신인데 모두 다 약에 쩔어 죽거나 자살했다. 그들이 연주한 우울감과 자기 비관이 가득한 음악을 듣고 있자면 어쩌면 Kurt Cobain을 포함한 그들의 자살은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자살이 당연할 정도로 우울한 음악이라... 듣는 사람이 어찌 즐겁게만 들을 수 있을까? 좋아하지만 듣는 게 힘들었다. 내게 큰 변화를 주고 중요한 앨범이지만, Kurt의 사망 이후 Nirvana를 오랫동안 멀리 했다. 들으면 너무 힘들고, 왜 자살했을까 왜 그래야만 했다 등 무의미하고 힘든 질문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


평생을 Metallica vs. Nirvana로 고민을 해봤지만, 이렇게 큰 영향을 줬던 Nevermind와 3집 In Utero에도 불구하고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Nirvana를 내 최고의 밴드로 꼽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1991년부터 1994년 3년 동안 미친 듯이 들었음에도 1994년 이후로 또 멀리 했다가, 1998년 고등학교 후배였던 준래네 집에서 줄 하나 빠진 베이스로 Come as you are를 치고 놀면서 다시 이 앨범을 듣게 되었다. 아마 그땐 조금 마음이 편해졌던 거 같다.


아주 오랜 세월 후에 깨달은 건데, 나는 Grunge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Nirvana를 좋아하면서 Grunge를 다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거 같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인 지금 나는 Seattle band 음악을 전혀 꺼내 듣지 않는다. 오직 Nirvana만 듣는다.


암튼 세상을 바꾼 앨범, Nevermind.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좀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Kurt 2.jpg Kurt Cobain - 내가 찍은 사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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