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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May 30. 2024

엄마 화났어?

아이들이 나의 감정을 눈치 본다. 그런데 왜 나는 그게 싫지 않은지...

오후가 되면서 아이들 픽업을 나서 섰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큰 길가에서 한참을 꼬불꼬불 들어가야 하는 산골 같은 곳에 있다. 한국에 들어와 일반학교입학을 했었지만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학교를 고민하다가 대안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 학교에 오고부터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 물어보면 "오늘도 행복했어라고" 말한다.

선배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을 업고 뛰어노는 학교, 잔디밭에 누워있는 아이, 학교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 정말 이상적이 학교다.

어쩌면 이 학교를 다니고부터 아이들과 대화가 많아진 거 같다.

물론 다 좋은 건 아니다 학교 분위기가 늘 아이들과 뛰어노는 거에 집중이 된 듯 공부는 뒷전인가? 싶을 때도 있다. 물론 개인적인 나의 생각이다.


본론으로 이야기하자면 스쿨버스가 있지만 픽업하는 게 좋아 직접 하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 녀석이

"엄마! 화나셨어요" 하고 물어본다. 늘 먼저 아이들에게 오늘 학교 생활이 어떠했는지 또 오늘의 이슈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엄마가 아무 말이 없으니 아이들이 내가 화가 났나 눈치를 살핀다.

사실 날이 덥고 픽업 가기 전 읽던 책 여운이 남아 나도 모르게 말이 없었는데 아들의 물음이 싫지 않아 조금은 퉁명스럽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옆에 있던 9살 딸아이가 눈치를 보더니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듯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싸운 이야기 그래서 선생님께 혼이난이야기 등 잘못했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는 너무 웃고 싶었지만 또다시 퉁명스럽게

딸아이에게 말했다. "괜찮아 " 그런데 아이에게 괜찮은 게 괜찮은 게 아니었다.... 시무룩하다.

아들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창밖을 본다.


이걸 어쩌지..... 어떻게 수습하지.... 난 고민에 빠졌다.

순간 요전에 선물 받은 아이스크림 쿠폰이 생각났다. 차를 돌려 집 근처 아이스크림가게로 갔다.

평소 같으면 환호성을 지를 아이들이 조용하다.

어.... 어쩌지.... 그런데 그런 고민도 잠시 차를 주차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들어선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는 보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고르기 시작한다.

이미 엄마의 표정이 풀린 걸 알아버린 아이들.... 나도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오늘의 이슈를 물어본다.


삶이 지치고 힘들어 상대의 표정이나 감정을 살피지 않고 살 때가 많다. 혹은 나를 살펴주지 않아 서운 할 때도 있다. 오늘도 난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눈치를 준거 같아 미안하지만 때론 눈치를 보는 것이 관심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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