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청주에 가서 일하기 된 지 5개월 만에 회사가 법적 문제에 휠 말려 문을 닫았다.
남편 숙소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함께 올라왔다.
직원들 대부분이 인금체불 상태이고 우리 남편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주말에만 보던 아빠가 집에 있으니 아이들은 거실에 매트를 깔고
아빠 양 옆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문제는 아이들만 신이 났다는 것이다.
저녁이 텀블러 여러 개를 꺼내 물을 담고 아빠와 산책을 나가자고 성화다.
이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 또한 남편과 자주 집 앞을 걷고 산책을 한다.
겉과 다른 나의 마음속 깊은 걱정이 잠을 설치게 한다.
아이들과 난 홈스쿨링을 하며 각자 매일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때론 계획처럼 잘 되지
않을 때는 함께 고민하며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고 격려하며 보냈다.
그런데 아빠가 오니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남편은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그런 남편이.... 결혼하고 지금까지 늘 반복적인 게 있다.
직장을 다녀도 안정적이지 않고 사업을 해도 그렇고 늘 남편의 삶은 변수가 많다.
안정적이다 싶으면 바로 여러 가지 일 휘몰아친다.
때론 억울한 일도 있고 가슴 쓸어내리며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는 또 잘 이겨내고
살아 냈다.
얼마 전 집안에 압류 스티커가 붙고 통장이 압류가 되어도 하나하나 돈을 갚아가며 통장 압류도 풀고
압류도 해지되었다.
지금도 난 수입에 대부분 빚을 갚고 있고 그 와중에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자녀들을 보며 감사했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가난 중에 풍요함을 맛보는 경험도 했다.
그렇게 난 아이들과 하루하루 살아 냈다. 그런데 인금체불에 직장까지 하루아침에 먹먹한 일상은
다시금 나에게 찾아왔다.
성실한 남편은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온다. 어디로 가서 일을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까...
청주에 남편이 내려가면서 난 한동안 아이들과 독서를 많이 했다. 책은 나에게 늘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다줬다. 오래전 우울증으로 힘들 때 매일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난 회복 되어갔고 일상을 돼 찾을 수 있었다. 청주에 남편이 내려가고 나는 또다시 책을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강의도 신청해 공부도 시작했다.
그뿐인가.... 얼마 전부터 그동안 생각만 했던 단편소설 연제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다시 나의 삶 속에 어려움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회오리바람 가장 중앙은 고요하다고 했던가.... 난 어디로도 발을 딛일수 없는 그 중앙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어릴 적부터 부유하지 않았던 난 가난에 익숙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가난 속에 품위유지 할 수 있는 지혜도 나에게 주셨다. 어릴 적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얼굴에 그늘이 없고 밝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난 어려워도 늘 밝은 가면 속에 친절을 늘 품고 다녔다. 때론 나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은 그런 날 가식적이 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아침에 남편이 아침을 준비하는데 화가 난다. 풍파 많은 우리 남편은 무엇이 문제 일까....
아침이 되었다. 4~5년 전부터 나는 몸이 풍선처럼 잘 붓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병원을 가야지 가야지 하고는 오늘 아침 난 병원 가서 피를 뽑고 소변검사를 하고 왔다.
우선 난 건강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볼품없이 살이 찌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머리는 늘 단발이었던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어깨 이상 길어 늘 고무줄로 질끈 묶고 다닌다.
화장품도 없는 난 친정 엄마와 주변에서 주는 화장품을 섞어 바르고 그것도 여이치 않을 때는 아이들 바르는 로션을 바른다. 교회 갈 때 혹은 약속이 있을 때 선크림을 바로고 눈썹을 정리하는 게 전부인 나....
언제부터인지 난 만원정도 되는 헐렁한 원피스에 대충 카디건을 걸치는 일이 많았다. 그런 날 속상하게 바라보시던 엄마는 옷이며 신발 때론 액세서리도 사주셨다.
" 교회 다른 자매들이 반지 낀걸 보니 나도 반지가 끼고 싶어 지더라..."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엄마는
기억하고 있다가 예쁜 은반지와 은 팔지를 사주셨다.
난 예쁜 옷을 입지 않아도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아도 감사했다. 가난은 나에게 그렇게 슬프거나 고통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과 늘 풍족하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어제저녁부터 반복이라는 단어가 날 힘들게 한다.
반복적이야..... 계속 반복이야..... 나는 언제쯤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뭐가 잘못된 걸까.....?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늘 형편 것 살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감사하고 혹여 어쩌다 생각지 못한 돈이 들어오면 (세금환수, 자녀 장려금 등) 난 먼저 나보다 교회 필요한 게 없나....? 늘 아이들에게 돈을 쓰시는 친정 엄마 영양제라도 사드릴까...? 없는 주제에 난 그랬다.
그런데 그도 여이치 않다. 갑자기 차가 퍼져서 수리비가 목돈으로 들어갈 일이 생기거나 했다. 물론 난 그때도 생각했다. 다행이다 하나님이 미리 예비하셨구나.... 감사합니다.
상황에 맞게 나는 나의 삶 속에 감사한 것을 먼저 찾았다.
그런데 그 반복이라는 단어가 나를 자꾸만 삶의 어두운 수레바퀴 속으로 끓어 당긴다.
반복.....
매년 새해가 되면 각자 한해 계획을 생각하고 목표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난 언제부터인진 나의 계획은
무계획이 계획이 되어 버렸다. 나의 계획은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까지 이뤄지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 내는 게 나의 계획이 되었다.
이 반복적인 굴래 속에 나는 어쩌면 긴 막대기에 당근을 걸어두고 당나귀를 먼 길을 걷게 하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당근은 무엇일까......?
생각이 길어진다. 난 이 긴 수레바퀴 속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 부모는 어미는 무엇인가..... 난 지금 길을 잃어버린 거 같다.
대답 없는 기도는 혼자만의 아우성이 되어 텅 빈 가슴에 시끄럽게 요동치고.....
예전 어디서 본 명언 모음집에서 핼랜켈러가 했던 말 " 진정한 행복은 자기만족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의 목적을 위해 충실하게 행동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 있는 삶의 목적을 위해 충실히 행동함이 나에게 무엇일까..... 나에게 가치 있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사랑하는 자녀들을 잘 양육하는 것, 신앙생활을 성실히 하는 것.....?
난 매일매일 성실히 살아간다. 나의 낙심은 어쩌면 성실이라는 모순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어제저녁 반복이라는 단어가 끝없는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