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아이들

11화

by gir

세상은 다시 숨을 쉬고 있었다. 하늘의 균열은 닫히지 않았지만,

빛과 어둠이 서로에게 스며들며 희미한 푸른 새벽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어딘가에서 새소리 같은 진동이 들려왔다.

그건 바람의 소리도, 사람의 소리도 아니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여긴 어떤 세상일까?

속삭임이 공기 속을 떠돌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안개 속에서 작은 형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영혼들이었다.

그들의 몸은 빛처럼 반투명했지만, 중심엔 어둠의 점이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죠?” 작은 영혼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새벽빛처럼 맑았다.

우린 새벽의 아이들이에요.
당신이 깨어나서 생긴, 세 번째 세계의 존재.

여자는 숨을 삼켰다.

“세 번째 세계?”

빛도, 어둠도 아닌 곳. 당신의 감정이 만든 길이에요.

그녀의 가슴이 조용히 떨렸다.
발밑에서 부드러운 흙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그동안 없던 ‘땅’의 감각이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빛이 움직였다.

남자였다. 그의 몸은 여전히 금빛이었지만,
그 빛의 가장자리엔 어둠이 번지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손에 흙을 쥐었다.
“이건… 살아 있는 감촉이네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이제 알겠어요. 우리가 다시 태어나고 있어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태어나다니?”

“죽음의 끝에서, 당신의 빛과 나의 어둠이 섞였어요.
그게 새벽이 된 거예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서 작고 따뜻한 불빛이 피어났다.

그 불빛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새벽의 아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래하듯 말했다.
세상은 다시 시작된다.
빛과 어둠은 서로를 비춰야 한다.

남자는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 속엔 처음으로
‘삶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찢어진 틈은 없었다.
대신, 푸른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줄기 새로운 태양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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