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새벽은 길었다.
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낮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상은 반쯤 깨어난 듯,
모든 것이 살아 있으면서도 꿈처럼 느려 있었다.
여자는 새로 태어난 땅 위에 앉아 있었다.
손끝으로 흙을 쥘 때마다,
그 안에서 부드러운 빛과 따뜻한 어둠이 섞였다.
“이제 세상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당신의 감정으로 반응하네요.”
“당신의 빛이 이 땅을 밝히고, 나의 그림자가 그 빛을 식혀주는 거예요.”
그들이 말하는 동안, 새벽의 아이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은 빠르게 자랐다.
어떤 아이는 눈부시게 밝았고, 또 어떤 아이는 안개처럼 흐릿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놀았지만,
이내 밝은 쪽과 어두운 쪽으로 나뉘었다.
“보세요.”여자가 낮게 말했다.
“벌써 갈라지고 있어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로를 찾아가는 중이겠죠.”
“하지만 이 세계는 균형으로 만들어졌어요.
한쪽이 더 강해지면 또 무너질 거예요.”
남자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은 여전히 세상을 두려워하네요.”
“두려운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거예요.”
그녀의 눈빛은 잔잔했지만 깊었다.
“빛이 너무 강하면, 결국 어둠은 사라지죠.
그럼 이 세계는 또다시 죽어요.”
바람이 불었다.
아이들이 놀던 하늘이 일렁였다.
빛이 깜빡이고, 어둠이 물결쳤다.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약속합시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이 세계가 어디로 가든, 우리가 다시 빛과 어둠으로 나뉘더라도, 서로를 잊지 않기로.”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위에 포개졌다.
손끝이 닿는 순간,세상의 바람이 멎었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은은한 별빛 하나가 깜빡였다.
“저건 뭐죠?”
“기억의 불씨예요.”
남자가 미소 지었다.
“우리의 약속이 남은 자리죠.”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 새벽은 길겠지만…괜찮아요. 함께라면.”
그러나, 그들이 알지 못한 곳 새벽의 경계 저편에서
다시 어둠의 그림자 하나가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