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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Jun 10. 2024

가끔 나는 꽃을 만진다.

 긴 연휴가 끝나갈 무렵 나는 오래전 꽃가게를 할 때 거래했던 꽃자재 거래처에 갔다.

가는 길에 큰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찰리푸스 음악을 틀어 놓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모처럼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은 이번 연휴에 아무런 스케줄 없이 집에만 있는 것이 불만이었다.

사실 한국에 들어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바다로 강으로 차박을 다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내가 살고 싶어 돌아다닌 여행이 아이들과 나에게는 회복의 시간이 되었고 이후에도

시간이 되면 자주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다녔다. 바다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나는 바닷가에 앉아 해가 뜨는 긴 기다림의 시간을 숨을 몰아쉬며 기다렸다.

해가 뜨고 아이들이 일어나 모래사장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내 아이들이 배가 고파 아기새들처럼 울어데기 시작하면 근처 편의점에서 김밥, 컵라면, 우유등을 사고 함께 먹었다.

차에 실린 캠핑의자 테이블이면 충분했다.

가끔 어두운 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집체만 한 트럭이 날 유혹하기도 했다. 핸들만 살짝 틀면.....

룸 밀러로 편안히 잠든 아이들을 보며 정신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아찔한 선택이...

나의 부끄러운 감정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집 앞 공원을 한없이 걷기도 했는데 그러다 공원밴치에 앉아 엉엉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내가 걸어간 길은 힘들어도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살아온 삶은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서러움에 미칠 것만 같았다.

꽃자재 사러 가는 길 고속도로위에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추억이 쏟아졌고 지금의 여유가 감사하게 다가왔다. 아들 녀석 때문에 좋아하게 된 찰리푸스 음악과 맑은 하늘 도로옆 나무와 줄기를 흔들며 꿋꿋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잘 살아냈다.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나에게 위로를 하는 듯 느껴졌다.


그렇게 도착한 꽃자재 집에 도착하니 아직 5월의 흔적이 남아 감사의 꽃바구니, 꽃다발, 꽃상자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안 쪽 프리져드브 코너로 들어 서니 너무나 이쁘고 가지 각색 뽐내는 꽃들이 나를 유혹했다.

교회에서 새 신자등록한 교인들에게 주는 꽃다발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욕심을 부린다.

결국 파란 프리져드브 안개와 하늘색 휠 꽃을 한가득 사 왔다.


집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고는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저녁시간이 되어 가는데 식탁에 꽃을 펼쳐놓고는 꽃을 만진다.

어린아이가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을 손에 집어 주었을 때 모습처럼 내 모습 아마도 그러했을 것 같다.

한참을 꽃다발을 만들고 보니 저녁시간을 놓쳐버렸다. 남편 아무 말 못 하고 있다가 작업이 끝난 것을 보고 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늦은 저녁이 미안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두를 배달시켜 먹었다.

기분은 음식의 맛도 좌우한다. 잠자리에 가족들이 잠이 들면 나는 잠을 청한다. 잠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도 나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라 포기할 수 없다.

한참을 책을 보고 뭐가 아쉬운지 꽃을 집어 들어 만지기 시작했다.

꽃은 나에게 늘 말없이 다가와 때로는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어준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 속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그러다 식탁 위에 연습장이 눈에 들어왔다. 난 오래전 부터 힘들 때 늘 화병을 그렸다.

그림은 모르지만  엉터리 그림이라도 꽃은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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