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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Jun 10. 2024

생각이 쏟아지는 날

나를 부인하는 것

교회 한 자매가 김창완에세이 책을 보는데 내 생각이 났다며 뜻밖에 선물을 받게 되었다.

다 보고 좋아서 식탁 위에 소파 위에 올려놓고 한 번씩 다시 드려다 본다.

아이들을 학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늘 듣던 아저씨 목소리 그 이야기를 참 좋아했는데 책으로 보아도 좋다. 좋은 건 그냥 어떻게 다가와도 좋은가보다.

아등바등 나의 삶은 늘 아이들 학비와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 식비 대출금.... 물질에 쫓기며 살기도 하고, 때로는 친한 언니가 집 근처에서 커피 한잔 하자고 전화라도 걸러오면 뭐가 그리 좋은지 청소를 하다 말고 혹은 커피를 이미 마시고 있었지만 찻잔을 내려놓고 옷장부터 열어 뭘 입고 나가지 설레는 고민을 하고 나의 삶은 일상은 늘 어제와 같고 또 다르게 살아내려 애쓰지 않고 살아낸다.

어제 주일 교회 목사님 설교 말씀 중에 마음에 남아 생각이 길어진 부분이 있었다.

나를 부인해야 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나를 부인해야 한다?? 나의 욕심, 나의 습관, 버릇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롯이 내가 없고 하나님만 있는 삶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세워주신다는 말씀.... 긴 설교 말씀 중에 이 말이 나에게 남았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게 들릴 수 있고 어쩌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이야기 일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렇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창조하시고 만드셨는데 나를 부인하라니.... 욕심을 부리는 나도 때론 고집을 부리는 나도 떠돌이처럼 그렇게 돌아치는 나도 나인데 나를 부인하라니....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어떤 모습에 힘들어하면 나는 그것을 고치려 부단한 노력을 한다. 또는 엄마는 사랑하는 아이를 낳기 위해 가꾸던 몸매를 포기하고 즐겨보던 책 대신 마트 할인 전단지를 보고 나의 시간보다 아이의 시간을 맞춰 움직인다.

아빠는 힘들게 일하고 가족을 먹이고 입힌다. 나를 버리고 사랑하는 그 존재를 위해 살아간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르는 이 말씀이 하나님이라서 신이라서 받기만 하려 했던 나의 옹졸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보여주었거 같았다.

이번 긴 연휴로 나의 시간은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혼자 있을 때 신경도 안 쓰던 매 끼니 식사메뉴를 고민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움직이는 곳곳에 흔적을 남기는 아이들 끝없이 쫓아다니며 치웠다.

조용히 듣던 클래식 음악 대신 아들 녀석이 하루종일 듣는 찰리푸스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쌓여있는 아이들의 흔적 좇는 나의 모습 속 어쩌면 난 아이들을 위해 나를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과 긴 연휴를 보내고 혼자 있는 나의 시간 생각은 쏟아지고 커피는 달고 음악은 감미롭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커피부터 내려 마신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잔잔한 음악부터 틀어 놓고 크게 숨을 몰아 쉰다. 4일이 한 달 같던 시간 너무나 사랑하지만 여전히 내가 있어야 하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엄마이기에... 꿀 같은 시간이다. 물론 나의 현실은 당장 가벼워지는 통장 잔고에 가슴이 내려앉고 요즘 들어 회사가 바빠지면서 늦어지는 아빠의 귀가, 아들핸드폰 속 야한 사진, 눈물이 많아진 딸아이 학교 생활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고 걱정이 많아지다 보면 어느새 걱정은 두려움이란 모습으로 바뀌어 나에게 안겨 주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그 두려움은 또다시 감사로 모습을 바꾸고 나를 위로한다.


난 또다시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간절함을 가득 담아 하나님께 기도문을 쓴다.

나를 부인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삶 속에 나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며 때론 두려움이 숨도 쉬기 어렵게 할지라도 슬픔도 두려움도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과정이고 나를 부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는 성화되어 가는 중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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