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r Jun 13. 2024

엄마와 데이트

늘 벗어나고만 싶었던 나의 가족... 엄마와 오후 시간을 보내며...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등교를 돕고 보니 엄마가 출근을 안 하시고 계셨다.

친정엄마와 같이 살면서 좋은 것이 많이 있겠지만 난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는 나와 살기 원하신다.

마음씨 좋은 남편이 먼저 제안을 했고 우린 결혼하고 1년 즈음 지나서부터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신다. 매일 힘들어서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하시지만 엄마는 일을 나가신다.

늘 나랑 같이 안 산다고 하셨지만 엄마는 혼자시는 걸 두려워하신다.

나도 엄마가 되면 엄마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했지만 난 여전히 엄마를 모른다.

엄마는 우리 자매를 평생 혼자 키우셨다.


날씨가 좋은 날이다. 며칠 전 교회 동생과 다녀온 카페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엄마랑 단둘이 카페를 가본 적이 없었다. 엄마에게 근처 이쁜 카페가 있는데 그 집 팥빙수가 맛있다고 같이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어린아이처럼 엄마의 얼굴에 햇살 듬북 담은 예쁜 꽃이 피는 것 같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엄마가 창밖을 보며 담장의 장미를 보며 걸어가는 행인을 보며 이야기를 하신다.

"오 끼라 저 담장에 핀 장미는 색이 참 이쁘다" "오 끼라 저 할머니 이렇게 해가 뜨거울 때 나오셨을까..."

끝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차창 밖에 풍경을 이야기하신다.


카페에 도착해서 생강라테와 팥 빙수를 주문하고 산 쪽을 바라보는 창가에 앉았다. 새소리가 들리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산속 같은 카페... 난 엄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늘 엄마는 함께 일하시는 동료 한 분을 부러워하셨다. 이쁜 카페, 바닷가, 공원..... 사진을 찍어 자랑을 하신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엄마는 싫지 않으신지 아무 말씀 안 하셨다.

나도 모르게 엄마를 바라보며 미소가 지어진다.

처음 같다. 내가 엄마를 이렇게 바라본 건…


엄마는 라테를 마시고 일어나자 하신다. 점심때라 카페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니 다 마신사람은 빨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엄마에게 말했다. “카페는 차도 마시러 오지만 책도 보고 이야기도 하려고 오는데 다 마셨다고 빨리 안 나가도 괜찮아” 그래도 소용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신다고 생각하셨는지 나가자고 하신다.


그렇게 엄마와 나의 짧은 데이트가 끝났다.

집에 오는 길 엄마는 창밖을 보시며 다시 내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하신다.


엄마가 오늘처럼 소녀로 보인적은 처음이다.

늘 개와 고양이처럼 경계하던 엄마와 나…

내가 엄마가 되어 엄마를 이해 못 한 건 아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의 꼬리가 엄마를 생각하게 한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늘 토라진 친구처럼 경계를 세우는 엄마와 딸...





작가의 이전글 생각이 쏟아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