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듣는 여름소리가 참 좋다.
해서 아이들과 가까운 바닷가 제부도에 다녀왔다. 아이들과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캠핑의자를 꺼내 앉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시원한 물살을 느끼며 아들은 음악을 듣고 딸아이는 작고 예쁜 조개껍질을 줍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우리 집 소리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티브이 소리, 제습기 돌아가는 소리,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방학이 되면서 아들 녀석 피아노소리, 막내딸이 오빠에게 질세라 바이올린을 들고 나와 바이올린까지 켜면 나는 우선 집안에 모든 문을 닫고 소리를 하나씩 꺼간다. 우선 아무도 보지 않은 티브이를 끄고, 딸아이를 달래고 아들 녀석 방에 들어가 이어폰을 권한다.
책을 읽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우리 집... 아이들과 방학이 되면 우선 학습계획부터 하는 내가 이번 방학에는 그냥 아이들과 놀고 있다.
그게 이번 여름방학 계획이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상상력 풍부한 딸아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엄마인 내가 뿔이 났다.....
하지만 내가 뿔이 난걸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 뭐 상관없다. 가족들과 상관없이 뿔이 났으니 오히려 내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나의 감정과 상관없이 우선 다음 주 첫 번째 아이들과 나의 여행 계획을 잡았다.
여행지는 "울산"이다. 교회 친하게 지내는 자매 친정 식구가 운영하는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남편 없이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니 준비물부터 더 꼼꼼히 챙긴다.
뿔이난 나는 준비하는 모든 게 사실 그리 재미가 없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장거리 운전을 생각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피곤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도 모른 체 그저 신이 났다.
남편이 오후가 되면서 뿔이 나있는 것도 모르고 와이프 기력이 없어 보인다며 스테이크감 소고기를 사들고 와서 팬에 굽기 시작한다.
난 오늘 저녁 아이들과 간단하게 먹으려 베이컨김치볶음밥을 준비했는데.... 막 먹으려 하니 이런 일이 벌리는 남편... 복에 겨워 이런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나에게 남편은 눈치를 보며 짜증을 다 받아준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못 돼먹은 심보인지...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한마디 사과 없이 토라져 버렸다.
결국 나는 저녁이 되고 아이들이 잠이 들면서 브런치글을 읽었다. 요즘 유일한 나의 쉼이다. 글을 읽는 내내 초록풀향기가 나는 듯 한 글, 담담하게 떠나 보낸 사랑을 추억하며 써내려 간 글, 너무나 공감 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유명한 작가들의 글을 필사한 글.....
하지만 난 글을 읽으며 한편 글 안에 빠져 있는 시간이 좋기도 하지만 더 솔직하게는 글이 쓰고 싶었다. 그런데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는 얼마 전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고 어쩌면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나의 생각이 봉인되어 버렸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아마도 지금 내가 뿔이난건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속이 상한 모양이다.
그래 그 안에 억울함이 있어 더 그럴 것이다. 군중의 심리!! 공통적인 규범이나 조직성 없이 일시적으로 하나가 된 그들!!! 사실과 다른 어쩌면 그들에게 편집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어떤 것으로도 타협하지 않으려는 진실과는 상관없는 그들... 군중!!! 나는 아무런 힘없이 그들 군중을 바라본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데리고 여행을 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지만 난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준비한다. 뿔이 나면 좀 어떠한가.... 공간이 바뀌고 자연으로 들어가면 좀 나아지겠지.... 작은 연습장과 노트북을 챙겨갈 생각이다.
그저 깊은 밤 난 하나님 아버지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군중은 절대권력 그들보다 더 큰 힘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다. 난 전지 전능 하신 내가 믿는 하늘 아버지께 간청을 드려 본다. "주님 도와주세요. 이번 일로 더 이상 사람들이 힘들어지지 않고 서로 미워하고 편을 가르는 일을 멈추도록 주님... 도와주세요"
깊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남편 출근시간이 되었나 보다.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
남편이 본사로 출근을 하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모처럼 차로 배웅을 했다 비록 차로는 10분 거리이지만.... 남편과 단둘이 차를 타니 짧은 거리이지만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었다.
난 뿔이 났지만 우리 착한 남편은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파도에 나의 어리석음과 미운 마음이 함께 쓸려 갔으면.....
여명이 밝아 오는 새벽 나는 잠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