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케이코리아, 2020)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스토너를 슬프고 불행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p.393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스토너〉는 존 윌리엄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출간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1세기에 들어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이 존 윌리엄스는 1922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연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 중일 때 첫 소설의 초안을 썼다. 전쟁이 끝난 후 1955년 모교인 덴버 대학교에서 문학과 문예 창작을 가르치며 교수의 길을 걸었고 같은 시기 (덴버 분기 The Denver Quarterly)라는 문학잡지의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작가는 생애 동안 네 편의 소설과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소설은 각각 다른 시대적 배경과 주제를 다루지만, 공통으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오직 밤뿐인 Nothing But the Night〉(1948), 〈도살자의 건널목 Butcher's Crossing〉(1960), 〈스토너 Stoner〉(1965), 〈아우구스투스 Augustus〉(1972)가 있다.
‘윌리엄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에 진학했다가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에 끌려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라고 묻는다. 농업 대신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교수로서의 길을 걷는 스토너.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 일과 사랑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였지만 동료와 가족에게 소외된 채 쓸쓸하게 살아가는데…. 끝없이 고뇌하며 삶을 반추하는 스토너의 인생은 독자를 향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평범한 한 인간의 일생을 담고 있다. 일부 독자는 스토너와 자신이 닮았음을 발견하며 그의 생을 위대하게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독자들은 무능하고 용기 없는 스토너를 답답하게 여길 수도 있을 듯하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p.387) 하면서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p.388)라고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스토너. 어느 독자는 의미심장한 이 문장을 읽으며 한 인간을 정의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책은 주인공의 삶을 스무 살, 마흔 살, 예순 살로 행렬하며 스토너가 쏟았던 열정, 소중한 것을 놓쳐버린 순간들까지 돌아보게 한다. “너 무엇을 기대했나?” (p.388) 스토너가 스스로 물었던 질문에 독자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윌리엄 스토너는 영웅이었다’라고 선언하는 작가에게 동의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적인 삶, 극적인 삶을 살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기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 모두 ‘영웅’이라고 말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원하는 사람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