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두 편 클리어!

'중증외상센터', '나의 아저씨' 시청 후기

by 별총총하늘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나는 연휴 내내 드라마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3일 동안 정주행한 작품은 「나의 아저씨」와 「중증외상 센터」다.



나의 아저씨는 편당 재생 시간이 1시간이 넘는 데다 총 16부작이라 한 번에 몰아서 보기엔 벅찼다. 두세 편씩 나눠 보다가, 이번에 드디어 마지막 회까지 완주했다. 반면, 중증외상센터는 명절맞이 전을 부칠 때 틀어놓았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몰아봤다.



나의 아저씨는 느린 호흡과 섬세한 서사로, 한 장면이라도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 작품이다. 초집중을 요구하는 만큼 감정적으로 깊이 파고들게 만든다. 반면, 중증외상센터는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 덕분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48분짜리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벌써 끝났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중증외상센터는 1월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신작이다. 연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주지훈 배우가 맡은 주인공 백강혁은 실력, 돈, 사명감을 모두 갖춘 천재 외과 의사다. 그의 별명은 ‘안전핀이 뽑힌 또라이’로, 까칠한 성격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본업을 잘하는 매력적인 의사가 수트핏까지 좋아서, 주지훈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잘생겨 보일 정도였다. 능청스러운 또라이역할엔 역시 주지훈이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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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우 배우가 연기한 양재원은 백강혁의 화려한 수술 스킬에 반해 낚인 외상외과 첫 제자다. 어리바리한 천재 이미지를 잘 표현했고, 주지훈과의 연기 호흡도 훌륭했다. 5년 차 시니어 간호사로 실력과 책임감을 겸비한 천장미 간호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한유림 교수. 처음엔 밉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귀여운 매력을 뽐내며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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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우리나라 중증외상 분야의 상징인 이국종 교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응급실과 중증외상센터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위급 환자를 처치하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 정확한 진단과 빠른 판단으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숙연해졌고, 세상이 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무시와 모욕을 견디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해온 의료진과 소방대원의 노고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듯하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버린 세상의 부조리를 단번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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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작가의 세심한 디테일에 감탄하며 드라마를 봤다. 이지안과 박동훈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사무실에 날아들자, 직원들은 벌이라며 기겁하고 호들갑을 떤다. 그때 박동훈은 두 손을 벌려 벌레를 생포하려 하고, 이지안은 자신의 팔에 내려앉은 무당벌레를 단숨에 때려죽인다. 이 장면은 두 캐릭터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며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이지안,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지만 왠지 지치고 억울해 보이는 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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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어른이 되면 삶이 편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젊었던 그때를 부러워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살인 전력이나 배우자의 외도 같은 큰 사건은 아닐지라도,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은 법이다.



인물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그들이 관계 속에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동훈이 살고 있는 후계동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이지안처럼, 상처는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방영 전에 중년 아저씨와 젊은 여성이라는 나이 차 설정으로 악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 관계이고, 서로를 알아가며 치유의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글을 적고 보니 이렇게나 감성이 다른 드라마를 어떻게 동시에 시청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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