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겨울은 귤이 참 맛있는 계절이다. 식후에 귤을 까먹으면 입안의 텁텁함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달콤함만 남는다. 올겨울만 해도 귤을 세 박스째 먹고 있다. 나에게 귤은 겨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과일 같다.
예전엔 껍질이 얇고 크기가 작은 2S 귤을 좋아했다. 껍질을 손으로 까고 벗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껍질을 까는 게 귀찮아 주먹만 한 큰 귤을 선호한다. 한 개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크기라서 좋다.
귤을 먹을 때마다 손에 달콤한 향기가 스며든다. 껍질을 벗기는 순간부터 손끝에 묻은 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향기가 추위를 녹여주는 것 같아 귤을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귤껍질을 바라보면 주황색 겉껍질과 흰색 속껍질에 촉촉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조금 더 부지런했더라면 이 껍질을 말려 진피차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껍질이 알맹이보다 영양가가 높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귤껍질을 차로 만들겠다는 마음은 늘 생각에만 머문다. 겨울엔 아무래도 게을러지기 마련이니까.
시간이 흐르며 귤을 먹는 방식도, 취향도 변했다. 작은 즐거움을 좇던 예전의 나와 간편함을 선호하는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 변화를 실감하면서도, 귤의 달콤함과 겨울의 향기는 변함없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겨울과 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