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서평

by 별총총하늘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는 일제강점기 1940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 동화다. 주인공 영서는 아버지가 살인죄에 억울하게 몰리자,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탐정을 시작한다. 책은 어린 영서가 성장하면서 가족과 나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려운 시대 속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독자들은 영서의 용기와 통찰을 통해 약자가 승리하는 짜릿함을 경험하며, 일제강점기의 사회적 분위기와 여성들의 자아 찾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역사 추리 동화이면서 일제강점기 시대의 가치관과 전통적인 책임을 되새기게 한다. 그 시기 남성에게는 사회적인 책임과 기대가 있었다. 당시, 집안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는 이유는 신학문을 배워 나라와 집안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결혼은 두 집안의 연결을 의미했기 때문에 신랑신부가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첫날밤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동화 속에서 주인공 김영서의 아버지는 다른 여성과 결혼하면서 본가족을 떠났다. 그로 인해 김영서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이혼을 결심하고, 그들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의 이중 결혼을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딜레마와 상황을 지식처럼 받아들이고, 그들의 행동이 그 시대적 배경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종교의 교리를 이해하듯,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식인들이 변화 속에서 개인주의와 자신의 미래를 중시했다는 것이 사실일지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버지이고 남편이라는 것이다. 비록 그 일이 이미 일어난 것이라 해도, 근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더 나은 선택을 했어야 한다는 마음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동화는 당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과 감정의 복잡함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항상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어른 독자로서 이 작품의 매력을 꼽자면 이야기가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도 훌륭하다. 나라가 강제 점령 당하고 말과 정신까지 지배당하는 시대에서 어린이들이 겪었을 혼란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대는 한순간에 짜잔 하고 탈바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 신학문을 배우며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 살기 위해 나라를 버린 사람들, 자신의 이득을 좇는 사람들 모두가 공존했던 그 시대를 지나온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갈등과 선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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