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독서기록

by 별총총하늘


독서회 수업 도서를 찾던 중 〈나태주의 동시수업〉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어린이 시 쓰기 수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신청해 오늘 책을 받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책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단 한 편만 실려 있었지만,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다운 시들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시인이 평소 좋아하는 작품들이며 이 시들을 찾아 읽을 때 행복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태주 시인은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혹은 사는 일이 지칠 때 발길을 멈추고 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특히 이 책에는 그의 따님인 나민애 교수가 감상문을 덧붙였는데 시인은 딸의 감상문이 더해져 더욱 행복하고 기뻤다고 전한다.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책에 담긴 시들은 한 번쯤 읽어본 작품들이 많았다. 동요로 익숙한 고향의 봄, 과수원길, 오빠 생각을 읽을 때는 저절로 멜로디가 떠올랐다. 다른 시들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내며 향기롭게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 두 편을 옮겨 적었다. 정지용 시인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마음도 호수처럼 넓어졌다.



대추 한 알은 그림책으로도 읽었고, 지역 도서관에 걸린 액자에서도 본 기억이 난다. 작은 대추 한 알에 담긴 자연의 섭리와 성장을 떠올리며, 세상 만물이 모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32482669310.20221227205325.jpg


평소 시는 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영역처럼 느껴졌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댕기머리 탐정 김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