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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독서기록

by 별총총하늘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두 작품을 완독할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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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은 작년 8월부터 읽어왔지만, 최근에야 비로소 작가의 서술 방식을 이해한 것 같다. 이야기는 전선의 병사, 후방의 시민, 수용소의 수감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각기 다른 시각에서 전쟁과 인간존재를 써내려간다.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해서 읽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름이 자주 바뀌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러시아 문학 특유의 애칭과 존칭 사용 방식은 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지만, 세 글자 성명에 익숙한 나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필력은 감탄할 만하다. 장면 묘사는 탁월하고,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능숙하다. 일부 장면은 마치 그 속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다만, 내가 그 상세한 묘사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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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는 작가 류체신의 우주적 상상력과 과학적 지식에 감탄하며 읽고 있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간존재, 사회, 철학적 질문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읽을수록 압도적인 규모로 확장된다. 삶과 운명을 두고 ‘방대한 서사’라고 표현했다면, 삼체는 그보다 더 거대하고 광활한 차원으로 뻗어나간다. 마치 인간의 이해 범위를 초월하는 ‘우주적 스케일’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흥미로운 점은 ‘삼체’라 불리는 외계 행성의 독특한 환경이다. 세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불규칙한 궤도 속에서, 삼체 문명은 끊임없이 멸망과 생존을 반복해 왔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체인은 지구를 새로운 정착지로 삼으려 하지만, 이미 인류가 존재하고 있다. 삼체인은 지구인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인류의 과학 발전을 억제하며 사회를 교란하는 전략을 펼친다. 여기까지가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이해한 삼체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오늘 읽은 부분은 주인공 왕먀오가 ‘삼체 게임’에 접속하여 삼체 문명을 직접 경험하는 장면이었다.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역사 속 위대한 과학자들을 게임 속 캐릭터로 소환한다. 그들은 삼체 세계에서 문명의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인류의 과학 발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재현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삼체 문명이 처한 불안정한 환경과 그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멸망과 생존의 반복을 체감하게 된다.


삶과 운명은 전쟁 속 인간의 운명을 다루고, 삼체는 우주적 스케일에서 문명의 생존을 탐구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두 작품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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