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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생존' 수업 기획안

수업준비 기록

by 별총총하늘


수업 준비가 한창이다. 계획안을 짜두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점검해 보는 중이다. 이번 고학년 수업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주제로 진행한다. 토론 기법으로는 브레인라이팅을 선택했다. 이 기법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종이에 적는 ‘자유로운 발상 적기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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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저자대니얼 디포출판비룡소발매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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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디바연출오충환출연박은빈, 김효진, 채종협, 차학연, 김주헌, 이레, 신주협방송2023, tvN




수업에 활용할 도서는 《로빈슨 크루소》와 《15소년 표류기》를 골랐다. 여기에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를 소개할 생각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다시 읽어 보니, 드라마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빈슨과 서목하, 두 사람은 각각 28년과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무인도에서 홀로 지냈다. 그들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새를 친구 삼아 외로운 시간을 버텨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라는 상황에서의 외로움을 어떻게 견뎠는지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런 고립의 시간이 오히려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점도 있다. 《무인도의 디바》는 한국이 배경이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 특히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반면 《로빈슨 크루소》는 열대 지방에 표류했기 때문에 얇은 옷차림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같은 ‘무인도’ 이야기지만, 배경과 기후에 따라 생존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흥미로운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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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저자대니얼 디포출판미래엔아이세움발매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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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저자쥘 베른출판미래엔아이세움발매2018.12.05.




이제 〈로빈슨 크루소〉와 〈15소년 표류기〉를 비교해보자. 《로빈슨 크루소》는 17세기를 배경으로, 대항해 시대의 탐험과 정복 정신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던 시기에 쓰였다. 이 작품에서 로빈슨이 원주민 ‘프라이데이’를 자신의 하인처럼 대하는 모습은, 당시 유럽 사회가 식민지 원주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세계관을 반영한다. 반면 《15소년 표류기》는 19세기 말, 유럽 제국주의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 과학 기술과 기독교 윤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대항해 시대와 제국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면, 《15소년 표류기》는 이미 근대적 가치관과 문명화의 논리가 굳건히 자리 잡은 사회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을 조금 더 살펴보자.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서 자연과 맞서며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반면 《15소년 표류기》는 여러 명의 아이가 함께 무인도에 남겨졌기 때문에, 관계와 협동, 규칙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다. 로빈슨이 신과의 관계, 그리고 고립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해가는가에 초점을 둔다면, 《15소년 표류기》는 아이들이 사회를 스스로 조직하고 운영해가는 ‘사회 실험’에 더 가깝다. ‘어른들 세계의 작은 축소판’이라는 책 소개 문구는 이 작품의 성격을 정확히 짚은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두 책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무인도에 간다는 일을 단순한 모험이나 장난처럼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흥미롭고 친근한 주제로 접근하되, 점차 깊이 있는 사고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그 상황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도서 외에도 EBS ⟪지식채널e⟫의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영상과,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속 주인공이 15년 동안 무인도에서 보낸 생활 루틴 영상을 함께 활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이 ‘무인도’라는 공간의 현실성과 생존의 무게감을 보다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무인도에 떨어졌다”고 하면 아이들이 겁부터 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황을 ‘탐험대’ 설정으로 바꿔보았다.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배에 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탐험대는 항해 중에, 지도에도 없는 무인도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배에 고장이 나서, 무려 7일 동안 이 섬에서 지내야 해요. 자, 여러분이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물건을 가져가고 싶은가요?”



이런 질문을 던진 후, 동그라미 안에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물건’을 최대한 많이 자유롭게 적어보게 한다. 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수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활동이다. 활동의 목표는, 학생들이 무인도 상황을 상상하며 탐험대 역할에 몰입하고, 개별 브레인라이팅 기법을 통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데 있다.



다음 활동에서는, 자신이 적은 물건들 중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섯 가지를 골라보게 한다. 준비된 표에 물건 이름을 적고, 그 물건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칼’을 고른 학생이라면 “나무를 자르거나 음식 재료를 손질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쓸 수 있고, ‘라이터’를 선택한 학생은 “불을 피워서 음식을 만들거나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서”라고 적을 수 있다. 이 활동은 스스로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물건의 쓰임과 활용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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