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생각

어느날의 일

by 별총총하늘

꽁꽁 얼어붙은 산을 한 바퀴 돌아 산책을 나선다. 귀로는『검은꽃』 오디오북이 흘러 들어오고, 시선은 얕게 얼어붙은 바닥을 향한다. 가끔 고개를 들어 저 높은 하늘을 본다. 에네켄 농장으로 아들을 찾으러 가는 연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생각은 이리저리 흩어진다.


내 고향은 전라남도 무안이다. 둘째 고모가 그곳에 산다. 무안군 전체가 우리 집은 아니지만, 그냥 ‘고향땅’이라 부르기로 한다. 기억 속 고모는 허리가 잘 펴지지 않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고모는 거의 걷지 못할 만큼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농사일을 너무 고되게 해서 그렇다고들 한다. 자식 넷을 키워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그동안의 수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제주도 한달살이 어때요?”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보류했다. 만약 아이가 어렸다면 농촌유학에도 도전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럴 의욕이 예전만 못하다.


얼마 전 ‘기묘한 이야기’를 끝냈고, ‘러브미’는 아직 진행 중이다. 밀리 바비 브라운이 출연한 ‘에놀라 홈즈’를 재미있게 보았다. 곧 시즌 3가 공개된다고 했다. 이달 16일에 첫 방영되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꼭 봐야지. 고윤정과 김선호의 얼굴만으로도 벌써 재미나던데.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영화 개봉은 언제였지?


방학을 맞은 도서관을 떠올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4인용 책상에는 나 혼자만 앉았다. 줄줄이 놓인 다른 테이블도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의자마다 사람이 꽉 차 있었고, 빈자리를 찾아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밤과 도토리는 줍지 말고 다람쥐에게 양보하세요.’ 지난가을, 나는 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사진까지 찍었다. 반지르르 윤기가 도는 작은 밤알이었다. 그때는 겨울을 나는 작은 동물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지만, 청솔모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끔 높은 나뭇가지를 타고 쪼르르 달려가는 청솔모를 발견하곤 한다.


무심코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손을 펼친다. 손바닥이 닿아도 하늘은 잡히지 않는다. 우주비행사가 되어 날 수 있다면, 저 파란 물을 만질 수 있을까. 분명 거기 있는데,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온통 불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