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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괴테와 함께 걷는 삶의 여정

by 별총총하늘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세계적인 독문학자이자 괴테 전문가인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가 삶의 지혜를 담아낸 신간 에세이다. 평생 괴테 연구와 번역에 매진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목표를 이루는 법, 고난을 이겨내는 법, 교육과 죽음에 대한 성찰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괴테의 통찰과 함께 풀어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쉬어가는 법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위안을 전하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전영애 교수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교수로 재직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과 뮌헨 대학교 초빙교원을 역임했다. 세계적인 괴테 연구자로 인정받아 2011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바이마르 괴테 학회에서 ‘괴테 금메달’을 수상했다. 이후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 라이너 쿤체 상, 이미륵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기도 여주시에서 여백서원을 운영하며 정원을 가꾸고 있다. 밤에는 괴테 전집 번역에 힘쓰며 학자로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파우스트』, 『변신』, 『데미안』 등 70여 권 이상의 세계 명작 번역과 다수의 저서를 통해 독일 문학과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저에게는 지금도 좀 더 알고 싶은 게 많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공부하고 싶은 게 없다.’ 하는 순간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삶이 끝났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테도 눈 감기 전까지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유명하지요. 「파우스트」에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율이라는 게 설렘, 떨림이거든요. 무언가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고, 알고 싶고, 이럴 때까지가 사람이 살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전율이라고 해서 꼭 「파우스트」 같은 대작을 쓰고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진정한 관심이면 충분하지요. 세상에 대한, 혹은 옆 사람에 대한…….




18~19쪽












제 생애 최고의 날은 제 아이들이 태어나던 날입니다. 아이들이 참 귀했어요. 굉장히 어렵게 가졌거든요.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정말 너무나 감사하고 귀해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글루에 던져놔도 살거라, 사하라사막에 던져놔도 살거라’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었거든요. 제가 못해서 못 해주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 귀한 아이들의 인생에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 속에서 저절로 뭔가 터득되고 깨어나 살려고 하는,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게 뭔지는 저도 아이들도 물론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개입해서 더 잘 되게끔 할 자신이 없더라구요.




126~127쪽












지난날들을 돌아봤을 때, 자신의 매 순간순간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잘 살아왔으니 그러면 된 것이지요. 그래도 조금 더 열심히 잘해볼걸, 후회가 생기신다면 바로 지금 하십시오. 거대한 일, 멋진 일, 굉장한 일만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 하라. 근심 걱정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당신을 영원히 내동댕이쳐 균형을 잃게 할 뿐.”이 역시 괴테의 말입니다.




163쪽






괴테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무식자지만 ‘괴테’는 너무도 친근한 이름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철학자였던 괴테를 너무도 좋아해 괴테 전집 번역을 평생의 꿈이라 밝히는 매력적인 저자 또한 이 책을 읽게 하는 자극제였다.




사진 속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만큼이나 부드럽고 다정한 저자의 글은 평소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짐작게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했고 나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아온 저자의 말과 행동, 생각을 닮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전영애 선생님은 괴테,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볼 수 있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변신’과 ‘데미안’이 전영애 작가에게 미친 영향을 읽노라면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의 세계가 독자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그러니 괴테가 얼마나 저자에게는 소중한 인물이었을까.




이 책은 괴테의 삶과 철학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의 경험과 괴테의 통찰이 어우러져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처럼,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조금 더 가볍게 그러나 진중하게 한 발을 내딛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쉼표가 필요할 때, 혹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할 때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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