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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나?

유은실 작가의 순례주택

by 별총총하늘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들은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고, 커다란 집에 살며, 원하는 대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당당히 해내는 어른이 부러웠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그 모든 일이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른은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매 순간 갈등하며 선택해야 하는 존재였다.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는 스무 살이다. 돌이켜보면 20살은 너무도 어리고 약한 나이였다. 그때 나는 막 세상에 발을 디딘 아이처럼 모든 게 낯설어 실수를 연발했었다. 자주 마음이 흔들렸고, 세상을 감당하기엔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요즘도 스스로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어색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주택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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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저자유은실출판비룡소발매2023.08.24.




〈순례주택〉의 한 대목을 읽다가 한참을 그 페이지에 머물렀다.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라는 순례 씨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른일까? 수림이 부모처럼 평생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건 아니지만, 독립이 가능한가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완전한 성장과 자립을 이루지는 못한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합리화를 시켜본다. 타인의 도움을 받고 주기도 하면서 사는 게 어른이 아닐까. 어쩌면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 애쓰는 것은 완전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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