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달서림 북토크에서 만난 책과 저자
나의 관점에서 서점은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 그리고 동네책방이라 불리는 독립서점 이렇게 셋으로 나뉜다. 그리고 세 종류 서점은 저마다 특색을 가진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갖추고, 수십 명 혹은 수백 명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거나 책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반면 동네책방은 책방 주인이 고유 안목으로 고른 특정 분야의 책을 소량 들여와, 개성을 담아 북큐레이션하고, 아담한 공간에 대략 15인 내외가 참여할 수 있는 작은 행사를 연다.
작은 서점 큰 서점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공존하지만, 전자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동네책방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피부 가까이에 닿아 있는 살아있는 장소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가령 시간을 내서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거나, 컴퓨터 안에 가상공간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집 근처에 실재하는 책방이라는 것이다. 오감으로 체감할 수 있는 책방에 들어설 때면, 책방이 갖는 고유한 공기를 통해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냥 그 장소에 있는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내가 된 것만 같다.
아울러 동네책방은 지역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숨 쉬며 문화와 예술을 전하는 활동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반달서림은 진심을 담아 그 역할을 수행하는 듯 보여, 반달서림이 처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인 북토크에 기대를 가지고 참석하였다.
책이 출간되면 열리는 북토크는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같은 책이라도 혼자 읽을 때와 책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읽을 때만 해도 책을 이해하는 정도와 느낌이 다른데, 저자와 함께 읽는 책은 또 다른 세상에서 읽는 기분이다. 어떤 세계를 창조한 자와, 그 세계를 누리며 즐기는 자의 대화.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에서는, 학창 시절 혼자 공부하며 종종 부딪혔던 모호한 부분이, 선생님 설명으로 명확해지는 경험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독자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을 들으며, 혼자 읽을 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항들을 추가로 알게 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북토크. 또 북토크는, 같은 책을 읽었거나 최소한 알고 있다는 묘한 연대감 속에 함께 한 독자들의 개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저자 입장에서는 책 홍보와 함께 자신의 책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과 생각을 직접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에, 북토크는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유용하다. 반달서림이 생기기 전 참여한 북토크는 주로 백 명 정도 인원이 참석하는 큰 규모의 북토크였는데, 반달서림의 북토크는 대개 10명 남짓 독자들과 함께 한 소규모였다. 저자도 책방 주인도 아닌 관중의 입장이면서, 여러 모로 너무 적은 인원이 부담스러웠지만 곧 그 부담감을 떨치고 소규모 북토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규모가 큰 북토크에서 독자들의 감상을 나눌 때 많은 관중의 존재를 의식하여 진솔함을 보여주기 어려운 반면, 소규모 북토크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참석한 대부분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여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면서 감상을 나누고 질문을 하고, 저자도 솔직하고 편안하게 답변하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동네책방이란 이런 소규모 북토크를 위해 깔아 둔 멍석과 다름없다.
반달서림의 첫 북토크 2020년 8월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김여진 선생님께서 강연한 「생태그림책, 살아간다는 것」을 시작으로 역사소설의 대가 김탁환 작가의 최근 북토크 『사랑과 혁명』까지, 내가 반달서림에서 참여한 북토크는 모두 14회였다 (표1 참조). 그리고, 바로 오늘 나희덕 시인의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북토크가 있어 오후 4시를 기다리는 중이다. 2년 전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하는 시낭독회 제1회에서 나희덕 시인의 시와 예술이야기에 흠뻑 빠졌기에, 나희덕 시인의 북토크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던 것.
물론 반달서림에서 기획했던 모든 북토크에 참여한 것이 아니기에 반달서림에서 열린 전체 북토크 횟수는 이보다 많았고, 대부분의 북토크 행사는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생태주의 서점으로서의 반달서림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북토크]라는 머리글을 달고, 의미와 재미가 함께 했던 북토크 중 기억에 남는 북토크를 소개하고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