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진 선생님의 <생태 그림책, 살아있다는 것>
* 김여진 선생님 「생태그림책, 살아간다는 것」: 2020년 8월 1일 (토요일)
반달서림의 첫 북토크는 김여진 선생님과 함께 한 <생태 그림책,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생태인문주의 독립서점을 지향한다는 책방 정체성에 딱 들어맞는 주제의 북토크.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네이버카페 ‘좋아서 하는 그림책연구회’ 운영진 김여진 선생님은 최고봉 선생님과 함께 『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을 썼다. 이 책은 그림책을 읽고 싶은 독자나 수업 시간에 그림책을 활용하고 싶은 교사와 강사, 그리고 그림책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소개되었는데, 김여진 선생님은 이 책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생태주의에 입각한 여러 그림책을 소개하며 북토크를 이끌었다.
선생님의 온몸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의 발랄한 교실에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강연 초반 생태주의와 환경주의의 차이 설명으로 시작한 이 북토크가 그저 가벼운 북토크는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환경주의는 파괴된 자연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주의와는 다르다. 생태주의는 전통적인 환경주의보다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방법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사상으로, 환경 문제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질서들의 문제가 겹치며 만들어 낸 표면적 증상일 뿐이므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라고 위키백과에 설명되어 있었다. 크게 공감하지만 사회전체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생태주의를 실천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어렵지만...... 어려운 일이지만...... 후세는 물론 현세를 사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실천해야 할 일이기에, 생태맹 상태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선생님이 소개하여 준 아래 표에 있는 그림책들은 나에게 모두 생소한 책이었다.
그중 제목이 섬찟하고 충격적인 『더 이상 아이를 먹을 수는 없어!』는 특히 인상 깊었다. 아이가 마치 식자재처럼 묘사되어 괴물이 아이를 요리해서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상력의 이 그림책은, 비유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대의 식습관이나 환경오염을 꼬집는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책 내용이나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기억에 남는 장면 등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와의 친밀도도 높이고 아이의 상상력과 사고도 향상되는 효과도 생기고…... 이런 것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줌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인가?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도 그림책을 함께 읽을 수 있으려나..... 어렸을 적 함께 읽은 그림책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북토크를 참석할 당시 나는 시를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후 대표님이 권유하여 시필사를 시작하고 시낭독회 참석도 하게 된다 (시와 관련된 이야기는 앞으로 별도의 파트에서 이어가려 한다). 이 시점에서 시를 언급하는 이유는 다양한 그림책을 접하고 시를 읽으면서, 시와 그림책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 글을 쓰는 날을 기준으로 이틀 전, 포르투갈어 전공으로 번역일을 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대표님이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북토크를 한다기에 다녀왔는데, 그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시와 그림책은 "함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함축된 언어와 이미지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있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화성에서 왔다는 남자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언행도, 가만히 들여다 보고 나름대로 추리하고 본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혀 이해 불가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내 주위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갑각류처럼 한 단계 한 단계 탈피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나를 기대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그림책 코너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림책을 뒤적이며 때로 너무 마음에 든 그림책은 구매해서 소장하기도 하는 내가 되었다. 좋은 그림책이란 독자의 나이와 무관하게 좋은 그림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덧붙여, 반달서림 창업 이후 첫 행사라 대표님은 경품을 준비하셨는데, 무려 2등 선물 에코백에 당첨되었다. 경품운이라곤 1도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너무 기뻤다는 말을 남기며 이만 총총......
* 참고자료
1. 반달서림에서 알립니다 - <생태 그림책, 살아간다는 것> 김여진 북토크 (https://m.blog.naver.com/bandalseorim/222048771348)
2.『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 김여진, 최고봉, 단비, 2020
3.『더 이상 아이를 먹을 수는 없어!』콜린 피아레 글 / 로이크 프루아사르 그림, 고트, 2019
4. 반달서림 행사 리뷰 - 해와달작은도서관 유민정 번역가 북토크 후기 (https://m.blog.naver.com/bandalseorim/22362486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