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예희 작가 『마침내 운전』
* 신예희 작가 『마침내 운전』 :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언더그라운드』의 양희 작가,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의 강효진 작가에 이은, 우리 동네 작가 『마침내 운전』 의 신예희 작가 북토크. 우리 동네 작가들의 북토크에 참여하면, 다른 북토크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맛을 느낀다. 같은 지역 주민이라는 공감대에서 오는 짭조름한 맛.
특히, 이 책 『마침내 운전』에는 신예희 작가가 본가에서 독립하여 우리 동네에 이사와 장롱 면허 15년 생활을 청산하고 운전을 하기로 결심한 후, 차를 구입해서 운전연습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 말인 즉, 초보 운전자 신예희 작가가 운전연습을 한 코스가 주로 이 동네 안이라는 의미라, 책에 쓰여 있는 장소 또는 북토크에서 언급하는 장소가 너무나도 익숙하여 “아~~ 거기 구나. 거기라면 그럴만하지……”라며 신예희 작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거쳤을 초보 운전 기간, 사실 그 기간의 경험과 느낌을 담은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니다. 일찍이 국내 웹툰 1세대 작가 혼자 놀기의 달인 스노우캣이 장롱면허 생활을 청산하며 2017년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를, 이후 2년여의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요정이다』라는 두 권의 운전툰역작을 펴냈으니……
내게 있어 스노우캣은 마음의 친구 같은 존재. 2000년대 스노우캣 웹툰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보며 힐링하고 고양이 집사가 되기를 꿈꾸다, 2006년 나 역시 고양이 집사로 입문한 후엔 웹툰 내용에 본격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고 유익한 정보를 얻곤 했었다. 스노우캣의 주인공 고양이 나옹은 2017년에, 나의 고양이는 2023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니 강물처럼 흘러간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이 아스라이 그립다.
스노우캣의 첫 번째 운전툰이 2017년 발간되었고, 나옹이 고양이별로 돌아간 것이 2017년인 것으로 보아, 스노우캣이 장롱면허를 꺼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마도, 나이가 많은 나옹이 병원 방문을 좀 더 편히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스노우캣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을 보니 다시금 흥미를 가질 부분이 많이 보인다. 운전툰 카테고리에 새 글도 보여 언젠가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 XX…XX다』라는 운전툰 세 번째 책이 발간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두 권의 스노우캣 운전툰을 고양이라는 공통분모 하에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 『마침내, 운전』은 같은 동네주민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비교적 큰 활자, 작은 판형 그리고 180페이지 정도의 짧은 에세이라 앉은자리에서 휘리릭 읽을 수 있었는데, 페이지를 기재한 방식이 너무도 앙증맞음에 감탄과 칭찬을 금할 수 없었다. 유난히 눈이 맑고 동그란 신예희 작가도 ‘기발하지 않나요?’라며 그 부분에 엄청 뿌듯해하시고……
스노우캣의 운전 동기가 예상하기로 고양이의 병원 방문이라면, 신예희 작가의 운전 동기는 신경정신과 의사의 운전 권유였다. 동그란 눈과 장난기 있는 표정, 쾌활한 북토크 분위기로 지금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책의 초반에 쓰여 있듯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우리 동네 새로운 아파트 단지 초창기에 입주하여 몇 년간 고립된 생활을 한 작가는 위태로움을 느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고 한다. 아파트 건설 공사부터 입주가 이루어지고 현재 인프라가 갖추어 지기까지 기간에 따른 그 근처 상황을 알고 있기에 작가가 느꼈던 고립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밤에는 그 일대가 온통 짙은 어둠뿐이었는데 그 어둠 속에 점점이 불 밝히고 있던 몇 안 되는 입주민 중 한 사람이 신예희 작가였던 것. 여하튼 의사가 주는 의외의 처방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 길로 자동차 매장에 가서 제일 빨리 받을 수 있는 차를 계약했다. 누런 소 색깔 레이로……
의사의 처방도 있었지만, 작가가 거주하는 동네의 대중교통 상황도 운전을 하게끔 만든 측면도 있다. 작가의 부모님 집과는 자동차로 가면 10분 거리이지만, 대중교통으로 가자면 15분을 걸어 마을 버스정류장에 간 후, 10분 동안 마을버스를 타고 내린 후 18분을 걸어가야 한다. 순수하게 43분이 소요되는데 마을버스의 배차간격은 45분이라는 것이 함정.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썩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좀 더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고대하게 된다.
신예희 작가가 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다소 충동적으로 계약한 레이를 3년 반 동안 타면서 느꼈던 아쉬웠던 기능을 고려하여 두 번째 차 흰색 셀토스를 구입한 지도 5년이 되었다. 제2의 운전생활을 시작한 작가는 운전을 함으로써 선택지가 생겼고, 기동력이 장착되었음에 만족해한다. 어떤 도착지는 대중교통이 더 빠르고 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만 이용해야 하는 상황과 대중교통 이용을 선택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을, 차로 운전해 감으로써 짧은 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그 효능감이 매우 크다. 그래서 실제로 운전을 하든 하지 않든 그 능력을 갖출 것을 신예희 작가도, 스노우캣도 강조한다.
운전에 대한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아도 비슷하다. 두 작가와 차이가 있다면 장롱면허 기간이 없었다는 것뿐. 대학시험을 치고 많은 친구들이 운전학원에 등록했고, 그 흐름에 동참하여 나도 친구와 운전학원을 찾았다. 약 한 달간의 운전 교육 후 시험을 보았는데, 기능시험에서 탈락. 반면 함께 시험을 본 친구는 한 번에 합격하여 도로주행까지 마쳐 면허증과 함께 부러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한 번의 탈락 후 재시험을 신청하여 몇 달 후 다시 기능시험을 보았는데 또 탈락. 아무래도 나는 운전할 팔자는 아닌가 보다 하며 운전의 꿈을 접고 이후 무면허 인생으로 10년을 살았다. 도시민으로서 대중교통체계를 알차게 이용하여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이 대전에 있어 부모님 곁을 떠나 회사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와 기숙사는 멀지 않았고, 카풀제도가 잘되어 있으며 대중교통도 있었기에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문제는 회사 동료들의 애정 어린 구박. 당시 우리 팀은 15명 남짓 인원으로 내 또래들이 많았고, 선배들과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로 즐겁게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무면허자는 나와 또 다른 직원 단 2명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대화의 소재가 떨어질 때 즈음 어색한 공백을 깨뜨리는 단골 대화 소재는 무면허자 2명의 면허취득 계획에 대한 질문. 대체 운전면허는 왜 따지 않는 거냐? 현대인이 운전면허증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후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차를 사용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등등 운전면허가 필요한 사유를 들었지만, 정작 운전면허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입사 3년이 지난 어느 날, 서울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였다. 운전에 자질이 없다 생각하여 무면허로 살아왔지만, 한 번쯤 더 도전해서 정말 운전에 자질이 없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팀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대전의 운전학원에 등록하여, 일정 기간 매일 회사 앞으로 나를 데리러 온 노란 운전연습차를 타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는 생활을 하였다. 기능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도로시험을 보는 날, 도로주행 코스는 집에서 가까워 신호체계도 익숙한 코스로 선택하여 시험차를 타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동안 회사에 나를 데리러 오셨던 기사분이 시험감독관이셨 것. 같은 노란 차에 바뀐 좌석 위치가 주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무난히 시험에 통과하여, 드디어 빛나는 운전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자 고맙게도 자칭 타칭 우리 회사 운전연수 강사인 우리 팀 직원이 당연하다는 듯 연수 계획을 통보해 왔다. 그는 그때까지 약 스무 명가량의 직장동료의 운전 연수를 도맡아 해 주었고, 누군가가 운전면허를 땄다는 소식이 들리면 의례히 본인이 연수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친절한 동료였다. 나는 소형수동중고차를 한 대 사서 베르베르라 이름 붙여주고는 운전 연수를 시작했다. 즉 나의 면허증은 장롱면허증 기간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가 알려준 연수계획은 이러하였다.
1 단계 출퇴근 및 기숙사와 회사 주차 연습,
2 단계 시내 운행 및 오르막길 연습,
3 단계 백화점의 지하주차장과 마트 지상주차장 운행 연습,
4 단계 고속도로 주행 연습,
5 단계 대전에서 서울 운행.
무려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알찬 연수!
실제 출퇴근 코스인 기숙사와 회사는 차로 5분 거리라 1단계 교육으로 적합했다. 운전면허는 2종보통으로 취득했는데 구입한 차도 수동자동차라 오르막길 연습은 필수였다. 클러치와 엑셀의 리듬을 잘 맞추어야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리거나 시동이 꺼지는 낭패를 막을 수 있기에 2 단계에서 이 훈련을 하였다. 역시 오르막길에서 시동을 꺼뜨렸는데, 그러자마자 옆에 앉은 팀 내 강사님이 바로 비상등을 켜고 뒤차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그의 노련함과 그의 신뢰 속에 운전연습을 할 수 있었던 날들이라 지금 생각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3 단계의 지하 주차장 및 지상 주차장 운행 연습을 마치고 대망의 4 단계 고속도로 주행 연습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긴장이 되었다. 시속 60 km로 다니던 내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km 이상의 고속으로 달려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고속이라는 어감이 주는 압박감. 하지만 우리 경험 많은 팀 내 강사님은 ‘고속도로는 차선 넓이가 넓으니 오히려 운전하기 편하고 마치 컨베이어에 오른 듯 앞의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일정하게 운전을 하면 된다. 또 고속도로의 1차로는 추월차로이므로 주행을 할 때는 2차로나 3차로를 이용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이윽고 북대전 IC로 호남고속도로를 진입하여 회덕 분기점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서 대전 IC로 나오는 순간 강사님의 가르침 하나가 덧붙여졌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km로 달리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반도로로 들어서면 속도에 대한 느낌이 달라져서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가르침. 요즘은 자동차나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이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음을 내보내지만, 당시엔 내비게이션이 없고 지도책을 보며 운전하던 때라 이 또한 나름 유용한 가르침이었다.
대망의 5 단계. 팀 내 강사님의 본가도 서울이라 차비 대신 교통편을 제공하는 마지막 교육 연수인 서울로 가는 경부고속도로에서 놀랄만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바로 앞에 가는 차의 뒷좌석 창문이 열리더니 갑자기 청년의 몸이 허리까지 밖으로 쑤욱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젊은 청춘들이 타고 있는 차인 듯, 운전자가 장난치듯 운전대를 좌우로 꺾자 차밖으로 몸이 나온 청년은 휘청대며 차 지붕을 쿵쿵 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초보운전으로 본격적인 첫 고속도로 운전인 상황에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현실인지 의심이 들었고, 만약 차에 혼자 있었다면 몹시 당황했을 터였다. 노련한 우리 팀 내 강사님이 옆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면서 그가 하는 조언을 들으며 안정을 찾았다. 저렇게 운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행동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는 조언. 앞의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는지,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갓길에서 고개를 숙인 채 경찰의 훈계를 받는 모습이었다.
서울에 도착하여 강사님을 목적지에 곱게 내려 드림으로써 5 단계 운전연수를 마치고 운전의 모든 감을 몸에 새기고 하산하듯 운전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이후 20년의 운전생활을 하며 적지 않은 운전효능감을 느꼈고, 역시 운전면허증을 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 연휴 기간 어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밀양과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던가, 새벽에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던 팀동료로부터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전화가 걸려와 응급실에 데려갈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머니와 이모와 조합으로 간 여행이 처음이라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어머니도 이모도 몹시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새롭고 뿌듯했다. 택시 잡기 어려운 새벽 시간, 목부터 팔까지 움직일 수 없어 운전이 불가능했던 동료의 도움 요청에 기꺼이 답할 수 있었기에 운전하기를 잘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운전이 필요한 일은 더욱 많아졌다. 맞벌이로서 아이들을 보살펴 주기 위해 오셨던 어머니마저도 운전의 필요성이 생겨 수십 년 간 장롱에 모셔두었던 면허증을 꺼내, 동네 맘카페에서 유명한 운전연수 강사님께 연수를 알차게 받으시고 운전을 10년 동안 하셨다. 그동안 서울 본가도 다니시고 먼 거리의 운동도 다니시며 운전을 통해 어머니 자신도 자아 효능감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느끼셨던 날들이었다.
이렇듯, 운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운전 이야기가 있을 것. 책을 읽고 북토크를 마친 후 문득 각자의 운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참고자료
1. 『마침내 운전』 신예희, 애플북스, 2023
2.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Snowcat, 미메시스, 2017
3.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요정이다』 Snowcat, 위즈덤하우스, 2019
4. 반달서림 『마침내, 운전』 신예희 작가 북토크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71721750)
5. 반달서림 『마침내, 운전』 신예희 작가 북토크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88829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