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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음악에 각인되는 기억

- 2023년 제4회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by 줄기

* 2023년 아르케컬처 제4회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 2023년 8월 26일 (토요일)


문화생산활동기업 아르케컬처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용인지역 책방과 카페 등에서 무지카 클래시카 음악회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반달음악회와 2022년 무지카 클래시카를 통해, 나는 작은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실내악의 즐거움을 알아 버렸기에, 2023년 총 7번 열린 무지카 클래시카 음악회 중 2번 정도 참여하였다. 반달서림에서 열린 <시네마클래식>과 역시 우리 지역 동네책방 빈칸놀이터에서 열린 <21c 예술놀이터>라는 제목으로 열린 음악회였는데, 이번 글에서는 <시네마클래식>을 다녀온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2022년과 다르게 2023년에서는 음악회를 하기 전,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감상한 음악의 이해를 깊이 하고자 별도의 모임을 기획하였다고...... 이 중 <시네마클래식> 음악회를 위해 영화감독이자 영화 유튜버 젊은달과 함께 하는 <아르케클럽> 모임을 가짐으로써 영화이야기와 음악이야기를 할 거라고 당시 반달서림 대표님과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입을 맞추어 말해 주었다. 반달서림에서 열 번 넘는 음악회를 열 번 넘게 하며 이제 두 대표님은 서로 이심전심 눈빛만 보아도 뜻이 통하는 관계로 발전한 듯 보였다. 그 두 관계에 관객과 단골손님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이렇게 동네책방과 음악으로 사람을 잇고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문화와 예술의 효능감을 체감하고 있다. 사실 <아르케클럽>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음악회에만 참여해야만 했던 것이 음악회 후에 들었던 아쉬움이었다.

영화에 음악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영화음악 OST 음반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큰 공연장에서 영화음악 OST 콘서트가 심심치 않게 열리곤 한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를 찾았는데, 주로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이라는 친근함을 기반으로 아이들 관객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가, 직접 듣는 관현악의 선율을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이라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았다.

반달서림에서 열린 무지카 클래시카 안내문


작은 공연장 반달서림에서 열리는 <시네마클래식>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영화에 사용된 클래식 음악’과 ‘고전영화로 분류된 영화 속 음악’, 프로그램에 쓰인 목록을 접하고 관련된 영화이야기를 들은 후 연주를 들으니 과연 그 두 부류의 음악이 어우러진 듯 보였다.

첫 번째로 들은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 작곡의 <The Good, The Bad, The Ugly>이었다. 황량한 사막에 나뒹구는 건초 더미. 서로 멀리 떨어져 결투를 하는 두 총잡이가 연상되는 장면. 곡의 시작 부분의 휘파람을 플루트로, 리코더로, 때로는 본연의 휘파람으로 연주하는 등 버전이 정말 다양하여 연주 그룹에 따라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겠다.

두 번째 음악부터 사용된 영화와 곡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음악은 영화 《대부 (The Godfather)》의 <Love Theme>, 세 번째 음악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Guardians of the Galaxy Volume 3)》에 사용된 헨리 퍼셀 (Henry Purcell) 작곡의 <디도의 애가: Dido’s Lament>, 네 번째 음악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 사용된 드뷔시의 <달빛: Clair de Lune>, 다섯 번째 음악은 《파벨만스 (The Fabelmans)》의 피아노 솔로곡, 여섯 번째 음악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에 사용된 모리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Ma Mere L’Oye>, 일곱 번째 음악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에 사용된 바흐의 <주 예수님 당신을 부릅니다: Ich ruf zu dir, Herr Jesu Christ BWV 639>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음악은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에 사용된 피아졸라의 <Tango Apasionado>이었다. 거기에 앙코르곡으로 《헤어질 결심》에 <안개>를 연주함으로써 시네마클래식 공연은 막을 내렸다.

2023년 아르케컬처 제4회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프로그램

연주된 음악이 사용된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많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도 맞을 것 같다. 영화를 보았다면 음악회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것들이나 느끼는 감정이 좀 더 풍부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음악회에서 내게 특별히 다가온 음악은 <디도의 애가>와 드뷔시의 <달빛>, 그리고 <안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서 로켓의 과거 회상 장면 중, 생체 실험을 당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로켓의 착한 친구들 죽음 위로 흐르는 <디도의 애가>는 거룩한 슬픔을 더해 주었다.

이어진 드뷔시의 <달빛>은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유, 오히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로켓의 슬픔과도 연결된 이유로 눈물이 핑 돌았다. 앞서 몇몇의 글에서도 썼지만, <시네마클래식> 공연 약 1달 전 아침, 17년을 함께 살았던 고양이가 큰 숨을 두 번 쉬고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래서, <달빛>을 들을 때마다 멋진 그레이 때로는 진한 실버 털이 보드라운 우리 고양이가 생각난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빛>에 각인된 그리움은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해지는 듯하다. 사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보지 않았지만 멀티버스를 주제로 한 이야기라고 하여 보아야 할 영화 목록에는 포함되어 있다. 조만간 영화를 볼 텐데, 영화에서 <달빛>이 흘러나오면 나의 고양이가 화면 어딘 가에서 보일지, <달빛>에 또 하나의 기억이 각인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헤어질 결심》은 당시 오랜만에 남편과 극장에서 보았는데, 푸른 색감과 함께 묘한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안개>에 쌓인 두 사람의 모호한 심리와 현실에서, 마침내 사라질 결심을 하는 서래. 마지막 넓은 갯벌에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을 보며 해준이 느끼는 무력감은 어느 정도일지…… 옆 가지로 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 근래 무섭게 내리는 비와 하천의 범람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약함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조직을 만들어 움직이는 인간,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기에 좌절 대신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리라…….


이 음악회 후 약 2년이 지난 2025년 6월 29일 (일)에 2025년 무지카 클래시카에서 다시 한번 유사한 구성, 그러나 한층 진화한 시네마 음악회를 열었다.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60)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무지카 클래시카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올려보려 하고, 이 글에서의 결론은 이렇게 내려볼까 한다.

음악회에서 언급되었지만 아직 보지 않은 영화는 한 번쯤 감상해 봐야겠고,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떠 올릴 수 있을지 확인해 봐야겠다.

2023년 아르케컬처 제4회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음악회 모습
아르케컬처의 유튜브 재생목록 중 무지카 클래시카 x 반달서림 시네마 클래식


* 참고자료

1. 반달서림의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71922159)

2. 반달서림의 <아르케클럽>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86886052)

3. 아르케컬처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안내문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181220957)

4. 아르케컬처 무지카 클래시카 <시네마클래식X반달서림> 후기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302147180)

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1969

6.《대부 (The Godfather)》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말론 브란도, 알파치노 주연, 1973

7.《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댄 콴 감독, 양자경 주연, 2022

8.《파벨만스 (The Fabelman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미셀 윌리엄스 주연, 2023

9.《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요아킴 트리에 감독, 레나테 레인스베 주연, 2022

10.《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에드워드 버거 감독, 알브레히트 슈희 주연, 2022

11.《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박해일, 탕웨이 주연, 2022

12. 아시아경제 [리뷰] ‘가오갤3’ 로켓이 울리네, 아름답고 경쾌한 작별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50309570057641)

13. 아르케컬처의 유튜브 재생목록 중 무지카 클래시카 x 반달서림 시네마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RryvCYOK1oo-3e8jS-cS3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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