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제5회 무지카 클래시카 <21C 예술놀이터X빈칸놀이터>
* 2023년 아르케컬처 제5회 무지카 클래시카 <21C 예술놀이터X빈칸놀이터> :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지난 토요일이었던 2025년 7월 26일 (토요일)에도 이웃 동네책방 ‘빈칸놀이터’에서 아르케컬처의 2025년 무지카 클래시카 <음 자릿길 위에 마주친 것들> 공연이 있었다. 2년 전 아르케컬처의 <21C 예술놀이터> 공연에 참석한 이후 오랜만의 ‘빈칸놀이터’ 방문이었는데, 더욱 많아진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반가웠다. 비어있는 칸은 채우고, 채웠던 칸은 다시 비우며 빈칸놀이터를 활동적으로 운영하는 책방대표님의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될 정도…... 지난주 ‘빈칸놀이터’를 다녀온 덕분에, 망각의 먼지가 한 겹 쌓여 희미했던 그날의 기억과 감상이 조금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21C예술놀이터> 공연 전 모임을 한 번 갖고, 공연에서 연주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아르케컬처 대표님으로부터 들었다. 오고 간 여러 이야기 중 기억에 남아 공연을 기다리게 한 것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출신 러시아 작곡가 Sergey Akhunov의 <Jazz: The Swimmer in the Tank>를 듣고 너무 좋은 나머지, 대표님이 직접 악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 악보가 존재하지 않아 직접 Sergey Akhunov 작곡가에게 연락하여 악보를 구입해서 연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구입허락은 받았지만, 아르메니아에 거주 중인 작곡가에게 송금해야 하는 통화가 달러가 아닌 그 나라 화폐로 송금해야 했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환전을 하고 송금을 마친 후 악보 파일을 받았노라 밝히는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곡을 우리나라에서 초연하는 것이라 말하는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눈빛에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공연 날 이 곡을 들으며 바이올린 활의 움직임을 수영 영법처럼 움직여 연주했다는 설명과 앨범 마티스의 그림을 떠 올려, 수영장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이런 상상이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어 안타깝다. 양국과 국제사회는 이 전쟁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긴 한 걸까? 의심마저 드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다음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Yellow Magic Orchestra (YMO)의 <Tong Poo>. YMO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속한 일렉트로닉 그룹이고, <Tong Poo>는 1978년에 발매된 곡이다. 그런데, 근 5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들린다. 반달클래식클럽에서 이제 막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읽고, 음악과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함께 보고 난 후라, 이 곡의 선곡이 더욱 반가웠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책 제목이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라고 머릿속에서 자동 완성되어 원래의 제목과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와서 정이 가지는 않았다. 거기에, 띠지의 글도 “시대를 관통해 온 음악가, 아시아의 거장”이라 하고, 표지 사진으로 말하면 류이치 사카모토는 심각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거기다 흑백 사진이다. 제목, 표지사진, 띠지글로 미루어 봤을 때 이 책은 진지하게 무거운 자서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1952년부터 2009년까지의 삶을 연대순으로 기술하며 당시의 사진들이 들어가 있는 이 책 너무 재미있었다. 한 마디로 “밉지 않게 잘난 척하는 천재 음악가의 유쾌한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클래식으로 시작하여 바흐의 음악에 심취하고, 자신이 드비쉬의 환생이라 생각한 그는 점차 현대음악을 접하고 그룹활동도 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넓힌다. 그러는 중간중간 영화에도 출연하고 영화음악도 만들고, 환경과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목소리를 내는 등 설렁설렁 정말 바쁘게 살았던 음악천재가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였다. 특히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대략 2015년 이후에는 매해 3월 11일에 맞춰서 일본을 방문하며 재해 지역의 아이들과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였는데,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도 등장한 쓰나미로 잠겼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울컥한 감동을 주었다.
그렇게 전 세계를 놀이터 삼아, 반짝 창의성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준 그는 2023년 3월 28일 다른 세계로 떠났다. 이제, 그동안 미뤄두었던 그의 마지막 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어 봐야겠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어떤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했을까? 궁금해진다.
* 참고자료
1. 빈칸놀이터의 무지카 클래시카 <21C 예술놀이터X빈칸놀이터> 안내문 (https://blog.naver.com/blankplayground/223189609429)
2. 아르케컬처 무지카 클래시카 <21C 예술놀이터X빈칸놀이터> 후기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302158625)
3.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양윤옥, 2023, 청미
4.《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스티븐 쉬블 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주연, 2017
5. "진격의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 2020.06.16, by VOGUE (https://www.vogue.co.kr/?p=222418)
6. 아르케컬처의 유튜브 재생목록 중 무지카 클래시카 x 빈칸놀이터 21C 예술놀이터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SuE2pcFcMNGzUV96VsvbBo&si=x2DcjrFdolJE8g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