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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기 Nov 02. 2024

[반달음악회-들어가는 글] 동네책방에 흐르는 음악 선율

- 반달음악회와 반달클래식클럽이 내게 준 세 가지 고마움

 책이 가득한 책방 안 공기에 섞여 편안하게 부유하는 음악. 음악을 빼놓고 반달서림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출입구에 가까운 중앙 책장의 노른자 자리, 정렬된 책 사이에 당당하게 위치한 CD 플레이어는 쉼 없이 돌아가고, 가만가만 서가를 살피는 동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책이라는 고품격 관객과 함께 들어서인가? 왠지 모를 깊은 울림까지 느껴지곤 한다. 이렇게 듣는 음악만 해도 좋았는데, 더욱 좋은 일이 펼쳐질 줄이야……


 반달서림은 내부에 2층 다락방까지 있는 멋진 책방. 이 공간을 책방으로 낙점한 이유는 바로 층고가 높아 공연을 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책방 대표님의 말은 6개월 후 현실이 되어, 2021년 1월 23일 뮤지션 조준호 님의 1회 반달음악회를 시작으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열 번이 넘는 반달음악회가 열렸다.

 

반달음악회 포스터
2024년 9월 28일 (토)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에포크 클래식> 반달음악회

 반달음악회의 면면을 회상해 보면, 작은 공간에서 하는 공연이라는 특성을 잘 활용하여 연주자들 자신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연주회였던 적도 있고, 헤르만 헤세의 사계와 함께하며 그에 어울리는 음악 연주회였던 적도 있었다. 또, 영화에 등장한 음악들로 구성되거나, 음악 전문 출판사와 협업하여 그 출판사의 책들과 어울리는 음악들로 구성되기도 하였는데, 그중 정말 내게 특별히 의미 있는 음악회는 따로 있었다.


 반달음악회 1회를 제외하면 모든 반달음악회는 문화예술융합단체 ‘아르케컬처’의 연주로 이루어진 음악회. 아르케컬처 대표님을 소개하자면,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하면서 음악은 물론, 미술이나 영화, 시 그리고 특히 책에 관심이 많은 분으로, 호기심과 의욕으로 항상 눈이 반짝반짝하신 분이다. 몇 번의 반달음악회를 통해 반달서림이라는 공간에 점차 애정을 키워가는 듯 보였는데, 급기야 “반달클래식클럽”이라는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반달클래식클럽”은 예술 관련 책을 매 달 한 권씩 함께 읽은 후 월 2회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으로, 비단 책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책에서 언급했거나 등장한 음악과 미술작품, 예술가들에 대한 자료를 나누며 함께 이야기하곤 한다. 퇴근 시간 이후에 하는 저녁 모임인데 시작하는 시간은 변함이 없건만, 마치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이야기가 쌓이고 뭉쳐,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2년 10월부터 3개월 단위로 구분된 반달클래식클럽 1기를 최대환 신부님의 『철학자의 음악서재, C#』로 시작한 이래, 만 2년이 지난 지금 반달클래식클럽 9기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4년 11월 현재,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토론을 앞두고 있다 (반달클래식클럽의 이야기도 앞으로 쓸 예정).

반달클래식클럽 1기부터 9기까지 모임 공고 포스터


반달클래식클럽 1기부터 9기까지 함께 읽은 책

내게 의미 있는 반달음악회를 소개하는 서두의 말이 길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면, 반달클래식클럽 1기부터 9기까지 읽었거나 읽을 책이 27권, 이 책들을 주제로 반달음악회를 2022년부터 올 해까지 3년간 매년 열었다.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곡 소개와 해당 곡과 연관하여 반달클래식클럽에서 함께 읽은 책 설명을 듣고 난 후 음악회 연주를 감상하는 기분은, 연주가 주는 감동과 함께 반달클래식클럽 회원이기에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더해진 기분이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와 그때의 분위기가 떠오르면서 반달클래식클럽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음악회.

 너무도 멋진 조합의 이런 기획에 감탄을 하면서 적극 소비하는 나 자신에게도 점차 변화가 생김을 느꼈다. 그런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니 반달음악회에 세 가지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우선, 클래식 음악이라는 큰 바다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해변에서 서성거렸던 내가 책방 대표님과 아르케컬처 대표님 두 대표님의 인도로 서서히 발목부터 적셔 가며 음악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초창기에는 반달클래식클럽 회원의 변동이 있는 편이어서 어떨 때는 두 대표님과 순수회원으로는 나 혼자 참여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후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시는 회원분들이 참여하시어 지식과 감동이 풍성한 반달클래식클럽이 되었다.

 수많은 예술가와 작품들, 각종 공연과 강연들을 두루 섭렵하여 정보를 나누기도 하여, 가끔은 클래식 음악의 파도를 맞고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 간 듯 버겁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발장구를 치며 그 깊이를 느껴보고 다시 해변으로 나오곤 한다. 해변에서 하나둘씩 찾는 예쁜 조개껍데기, 그 깊고 넓은 클래식 음악의 바다로 인도하여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반달음악회가 내게 준 첫 번째 고마움이다.


 반달음악회는 작은 공간 바로 눈앞에서 여러 악기 디테일과 연주자의 연주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연주와 그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오감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회다. 가까이 있는 관객이 연주자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건만, 작품에 푹 빠져 연주하는 연주자는 전혀 괴념치 않는 모습이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그동안 끝없이 해왔을 연주자의 노력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시대 촉망받는 임윤찬 피아니스트도 “쇼팽 에튀드” 녹음 시 까다로운 곡은 첫 두 마디를 일곱 시간 동안 연습한다 하지 않았던가? 꾸준한 연습과 매사에 정성을 다하자 다잡는 마음이 생긴 것이 반달음악회가 내게 준 두 번째 고마움이다.


 이후의 글로 쓸 예정이지만, 반달음악회 1회의 주인공 조준호 뮤지션은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 여행을 주제로 한 노래를 우쿨렐레 반주에 맞추어 듣고 있노라니, 무심코 지나쳤던 우쿨렐레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조준호 뮤지션이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소개해 주었는데, 사람들과 마주 보면서 연주할 수 있고, 연주하면서 노래도 할 수 있는 악기이며 작고 가벼워서 언제 어디서든 가지고 가서 연주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 마음을 끌었다. 항상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쿨렐레는 나의 희망사항에 딱 맞는 악기처럼 보였다.

 연주회가 있은 1달 후, 고민 끝에 입문용 우쿨렐레와 교재 한 권을 주문하고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독학으로 우쿨렐레를 치기 시작했다. 악보를 보고 나 자신이 음악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비록 서툰 소리였지만 마음은 평온해졌다. 반달서림에서 우쿨렐레를 함께 배우는 모임인 “반달과 베짱이”가 만들어져 근 2년간 주 1회 배우기도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 지금은 개인 레슨으로 우쿨렐레의 세계에 깊이 뻐져드는 중이다. 이렇게 우쿨렐레를 배울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고, 기회를 준 것이 반달음악회가 내게 준 세 번째 고마움이다.

입문용으로 구입한 우쿨렐레

동네책방의 모세혈관 비유, 처음에는 동네마다마다 퍼져있는 동네책방이 신체 말단까지 고루 닿아 있는 모세혈관과 닮아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하나의 동네책방이 하는 문화 활동이 여러 갈래로 뻗어, 마치 신생혈관을 만들 듯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반달음악회가 반달클래식클럽 독서모임을 만들고, 독서모임은 음악회의 주제를 만들고 하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동네책방은 한 그루 나무를 닮기도 했다. 작은 묘목이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 비록 몇몇 시들고 꺾이기도 하여 모든 가지가 튼실하게 자라지는 않을지언정, 풍성하게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 아름드리나무가 동네책방이다.

옛날 마을 어귀를 지키며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 될 수 있게 하는 느티나무 같은 존재가, 이제는 동네책방이지 않을까?


 앞으로 [반달음악회]와 [반달클래식클럽]이라는 머리글을 달고 반달음악회와 예술독서모임의 소회를 올려볼까 한다.


*참고자료

1. 이르케컬처의 무지카 클래시카 <에포크 클래식> 반달서림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600170739)

2. 아르케컬처 공식사이트 (https://archeculture.co.kr/)

3. 아르케컬처 블로그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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