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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천편의 시를 옮겨보니......

- 반달과 5펜스 50기를 마치며

by 줄기

* 1기 ~ 50기 반달과 5펜스 : 2021년 3월 1일 (월요일) -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60개 출판사에서 출판한
302권 시집에서
231명 시인의
1,000편 시를 옮기고
50권의 리워드 시집이 생겼다.


2021년 3월 1일 문태준 시인의 「누가 울고 간다」로 시작하여 2025년 4월 25일 이동욱 시인의 「동파육」까지 4년 남짓 천 편의 시를 필사하는 시간은, 시어를 깊이 들여다보고 곱씹어 생각하며 그 안에 담긴 세계를 찬찬히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는 결이 조금은 다른, 시어라는 물고기를 따라 계곡으로 하천으로 때로는 넓은 바다로 시세계를 헤엄쳐 다녔던 시간이었다.

2021년 3월 1일 문태준 시인의 「누가 울고 간다」를 첫 시로 하여, 2025년 4월 25일 이동욱 시인의 「동파육」까지 1000편의 시를 필사함

과연 반달서림 대표님의 바람대로 혹은 예상대로 시필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시 한 편 읽는 삶을 살고 있다. 얇기도 얇고 한 페이지에 글도 많지 않아 가지고 다니기에도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항상 가방에 시집을 넣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시집을 펴 읽는 습관이 생겼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타 지역으로 가야 하는 날,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모두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이요, 그날은 시집 한 권을 모두 읽는 날이 되었다.


2022년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한 일곱 분의 시인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인 나희덕, 이문재, 안희연, 주민현과 김승일, 박연준, 그리고 이현승
2023년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한 시인 - 위: 좌측부터 시인 고명재, 허연, 그리고 서효인, 아래: 반달서림 화요 서점원이기도 했던 한연희 시인과 서명
2024년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한 유진목 시인과 반달서림 대표님

반달과 5펜스가 사랑하는 시인들과 함께 하는 시낭독회를 통해 2022년 일곱 분의 시인, 2023년 네 분의 시인, 그리고 2024년 한 분의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인마다 가진 독특한 색깔로 마음이 알록달록 채색되는 듯 해, 시낭독회가 일종의 시를 가지고 노는 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옛날 조선 선비들이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닐었던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이 중 시낭독회 세 번째 손님이었던 안희연 시인이 이후 펴낸 에세이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에 '옮겨짐과 옮겨냄' 에피소드로 ‘무언가를 옮겨낸 손'을 응원해 주셔서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당신의 손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무언가를 옮겨낸 손’으로서 “깊은 어둠에 잠겼던 손이 이전과 같을 리 없으므로 / 그 손이 끈질기게 진흙덩어리를 빚을 것이므로”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1년 전인 2024년 11월 초, 브런치를 시작할 당시 비교적 세세한 내용으로 올렸던 시필사 소개 글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6)이 44기였고,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나 2025년 4월에 50기가 되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지금은 56기가 종료되어 옮긴 시는 이제 1,120편에 이르렀다. 9권의 시필사 노트와 퇴근 후 잠자기 전 거실 탁자에 앉아하는 시필사 습관은 부수적으로 얻은 유형무형의 보물인 듯싶다. 또한,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같은 시를 꾸준히 필사하며 때로 댓글과 좋아요를 나누는 시필사 회원들에게는 묘한 신비감과 함께 시로 연결되었다는 동지의식을 갖는다.

앞으로도 계속 시필사를 이어가며 시 안에 있는 무언가를 계속 옮겨보며, 내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 가리라.

1-50기의 시를 필사한 8권의 시필사 노트와 51기를 시작하며 새로 장만한 9번째 시필사 노트
1-50기의 시를 필사한 후 반달서림에서 매달 한 권씩 받은 리워드 시집 50권과 내 책장에 생긴 시집 코너

* 참고 자료

1. 반달서림 시필사 프로그램 '반달과 5펜스'를 소개하는 브런치글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6)

2.『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난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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