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 2025년 6월 29일 (일요일) 장소: 책방 우주소년

by 줄기

* 2025년 6월 29일 (일요일), 장소: 책방 우주소년


2025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다섯 번째 음악회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공연장은 책방 우주소년으로 정해져 있었다. 우주와 책을 사랑하는 한 소년 또는 한 청년이 운영하고 있을 것 같은, 평소 궁금했던 책방 우주소년을 방문할 기회가 만들어진 터라 기대가 되었다. 미리 알아본 책방 우주소년은 이우학교와 관련된 이우학교 교육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 ‘이우락쿱’에서 운영하며 이우학교의 비전, 더불어 사는 삶을 마을과 함께 나누고 있는 마을책방이라고 한다. 운영 철학에 충실하게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활동을 하며 지역과 연계된 농산물 등 물품도 판매하고, 카페도 운영하는 활기찬 문화공간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며,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날 온 가족이 책방 우주소년을 찾았다.

도로 맞은편 하천을 건너 아파트단지를 둔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은 책방에 좀 일찍 도착해서 내부를 돌아보았다. 독립서점답게 서가에는 책방 정체성과 맞는 책들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고, 각종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와 책방 운영 철학을 보여주는 안내문이 벽면과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었다. 카페도 겸하는 책방인지라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열린 카운터 너머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책방 우주소년의 내부 모습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음악회는 영화 유튜버 젊은달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젊은달은 2023년 반달서림에서 <시네마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방식으로 공연한 무지카클래시카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41)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일요일 오후에 편성된 MBC 장수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여행’의 코너 ‘영화 대 영화’를 진행하는 터줏대감 개그맨 김경식님을 살짝 닮은 듯도 한 젊은달의 입담으로 2023년 음악회를 풍성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음악회는 남편은 물론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두 아이에게도 권유, 함께 신청하여 참여하였다. 지난번 <오르페우스와 별들> 음악회와 마찬가지로 1열 기피자 삼부자 덕에 또 맨 뒤 좌석에 자리 잡고 음악회 시작을 기다렸다.


이번 음악회 성격을 아르케컬처 손다영 대표님은 아래 문장으로 소개해 주었다.

이번 음악회는 ‘영화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 시대의 공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
우리는 ‘영화’를 통해 한 세기의 감정과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책방 우주소년 프로그램

이윽고 음악회가 시작되고, 영화이야기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남자들은 전쟁터로 끌려갔으므로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는 주체는 여성이 된 시대였다. 그 시대상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며,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 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 돈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영화 기획이라는 설명에 이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 저하로 1920년 미국은 금주령을 내리게 되고, 또 1929년 세계 대공황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중들은 자극적인 것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필름 누아르 장르를 소개하였다.

금주령이 있었지만 불법적으로 술집을 운영한 마피아를 화면에 등장시킨 «알 카포네 (Capone)»와 같은 마피아 영화가 대표적인 누아르 영화라 하겠다. 이 시대의 음악, 엔리오 모리코네의 <라 칼리파>로 1970년에 제작된 영화 «칼리파 부인 (Lady Caliph)»의 OST를 아르케컬처는 첫 번째 곡으로 연주하였다. 공장 노동자의 파업 중 과도한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노조 지도자였던 남편을 대신하여 노조를 이끌어간 칼리파 부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곡 <라 칼리파>에 애절하게 담겨 있었다.

두 번째로 연주한 음악은 쿠르드 바일의 <Speak Low>로 2014년 영화 «피닉스 (Phoneix)»의 OST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아우슈비츠에서 얼굴에 총상을 당한 여주인공 넬리가 성형수술을 하고 남편을 찾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남편이 넬리가 이 노래를 부르자 서서히 깨닫게 되는 내용의 영화에 이어 젊은달은 홍콩 영화와 마초 영화를 소개하였다. 케네디 대통령, 말콤 엑스,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3년, 1965년 그리고 1968년 암살된 위인들이다. 사회의 불안과 부정부패를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하고 커뮤니티의 정의를 세우려는 분위기가 홍콩 쿵후 영화나 마초 영화에 투영되어 있다는 설명이 새롭게 들렸다.

세 번째는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 사용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기사들의 춤>으로 무거운 웅장함과 위엄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힘의 논리를 담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설명과 함께 마초적 이미지를 연상한다는 해석이 딱 들어맞았다.

1950년에 이르러 TV가 보급되자 영화는 차별화를 생각하게 되었고, 영화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대안으로 찾았다. 또한 영화관에서 함께 즐기기 위한 요소도 고려하였는데, 그 일환으로 소개한 것이 네 번째 연주곡 요한슈트라우스 1세 작곡의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 라데츠키 장군을 기리기 위해 작곡된 곳으로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이 곡은 빈 신년음악회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어 영화관에서 함께 즐기며, 관객이 다 같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케이블 TV와 독립영화, 그리고 블록버스터 영화가 생겨난 시기. ‘블록버스터’는 영화를 보려는 관객의 대기줄이 한 블록을 넘어간다는 뜻으로, 많은 관객이 찾는 영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보통 제작비의 10배 수익이 되어야 블록버스터가 된다고…… 최초의 블록버스터를 «죠스 (Jaws)»와 «스타워즈 (Star Wars)»로 보고 이 영화들이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 마케팅의 기본이 되었다는데, 이제는 적용할 수 없는 옛날 기본서가 된 듯하다.

일례로 OTT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듯, OTT사인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인수하기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블록버스터는 더 이상 극장 수익이 아닌 OTT 수익으로 계산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다시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M&A 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OTT의 영향력의 성장세가 다소 꺾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들은 다섯 번째 곡은 헨델의 수상음악 <Hornpipe>이었다. 독일의 궁정 음악가였으나 명예욕과 함께 금전욕도 많았던 헨델은 영국으로 건너가 명성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성공하였다고 하니, 블록버스터 작곡가라 하겠다.

여섯 번째 곡으로 모리츠모 모슈코프스키의 <Suite for Two Violin and Piano Op.71 IV Finale> 경쾌함을 느끼고, 일곱 번째 곡으로 아르케컬처가 올해 무지카클래시카의 모든 공연에서 시리즈로 연주하고 있는 벤야민 고다르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연주곡 Op.18: II. Tristesse 슬픔>을 들으니 감정이 파도를 타듯 너울 대는 느낌이다. 이어 여덟 번째 곡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로 이제 막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난 후, 부정하고 싶은 슬픔과 그리움을 느끼면서 차분히 음악회를 마무리하였다.

다만, 몇몇 어린이 관객이 듣기엔 다소 무겁다고 느낀 듯, 앵콜곡으로 히사이시조의 산뜻한 곡을 연주함으로써 아르케컬처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었다.

영화 산업의 흐름을 짚으면서 그 안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며 관련된 음악을 감상한, 참가자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었음을 사람들의 면면에 핀 미소를 보며 짐작한다.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공연과 영화 유튜버 젊은달의 설명
틴케이스와 나의 무지카클래시카 네번째 카드
무지카클래시카 카드 컬렉션은 앞으로 쭉 계속 될 예정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포스터와 아르케컬처 유튜브 재생목록 중 「시네마, 시스템, 사람」 음악회

* 참고자료

1.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책방우주소년 <시네마, 시스템, 사람들> 안내글(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905731490)

2. 용인시 공식 블로그 [용인생활] 존재 그대로 안전한 공간, 용인시 독립서점 우주소년 (https://blog.naver.com/govlrodtnr/223846002267)

3.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시네마, 시스템, 사람」 음악회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Qf5z3dfhtHz25_jXZAqjFd&si=fFScttyPh1Uaxl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