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나누는 버찌씨의 마음

- 조예은 작가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by 줄기

* 조예은 작가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 2025년 8월 25일 (월요일)


책방 빈칸놀이터와 함께 반달서림의 자매 같은 책방 중 한 곳이, 대전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단독주택 1층에 자리 잡은 버찌책방이었다. 2층은 책방지기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 이런 이상적인 형태의 독립책방이라니, 아마도 책방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을 현실로 이루어 낸 책방지기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버찌책방을 방문했던 반달서림 대표님으로부터, 버찌책방지기와는 서로 비슷한 또래이며 개를 키우고 외국의 언어를 전공한 것 등 여러 신기한 공통점을 가졌고,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반달서림과 같은 결을 가진 버찌책방에 한 번쯤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체로 그렇듯 좀처럼 여건이 되지 않아 책방 방문 미수행인 나날을 보내던 때, 버찌책방지기가 조예은 작가로 변신하여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책방을 방문하기 전 버찌책방을 책으로 먼저 만났는데, 버찌책방 시즌 1을 지나, 별빛집이라 이름 붙인 버찌책방 시즌 2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책 속에 진솔하게 담겨있었다.

읽고 나서 다시 본 책 표지 제목, 붉은 실로 수놓은 듯한 제목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은 그 간의 마음고생과 노력, 어려움을 이겨낸 자취이자 앞으로도 쭉 걸어갈 길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그려진 버찌책방지기의 모습은 힘든 일을 겪어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으며, 그 가운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랑의 힘을 믿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책까지 나왔으니 이제야 말로 버찌책방을 방문해서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책을 구입해서 저자 서명도 받고 귀여운 버찌 스탬프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반달서림 대표님이 버찌책방지기의 북토크 날짜가 정해졌다는 공지를 올렸다. 날짜는 8월 25일 월요일 오전, 같은 날 저녁에는 빈칸놀이터에서도 동일한 북토크가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도 함께 기재함으로써 훈훈한 책방 동지애를 보여주었다. 후에 북토크 때 반달서림과 빈칸놀이터 두 책방 중 어느 한 곳만 택해서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는 버찌책방지기의 마음도 훈훈했고……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북토크 안내 포스터



반달서림의 북토크 안내문과 북토크를 준비 중인 버찌책방지기 조예은 작가
버찌책방 책갈피와 스티커, 볼펜 선물 - 강효진 작가의 소개 - 본격적인 북토크 시작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북토크 모습


북토크날이 되었다. 월요일 아침 북토크 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찌책방지기는 일찍부터 서둘렀을 터였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 버찌책방 책갈피와 스티커, 볼펜을 챙겨 일일이 관객에게 나누어 주는 정성이 고마웠다. 다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베트남에 있는 반달서림 대표 대신 사회를 맡은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의 강효진 작가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4)가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의 조예은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강효진 작가가 소개하기를, 버찌책방 시즌 1이 종료되고 시즌 2의 별빛집이 완성되기 전, 그러니까 ‘찾아가는 버찌책방 시절’ 버찌책방의 브런치 책모임으로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를 선정하여 진행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https://blog.naver.com/cloudtime2022/222967024441). 놀라운 것은 브런치 책모임을 한 시점이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책 출간 후 20일 된 날이었다는데, 버찌책방지기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따끈따끈한 신간을 알아보고 책모임 책으로 선정할 수 있었을까? 책방지기가 어느 한 작가의 책으로 책모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때의 책방지기가 작가가 되어 쓴 책을 반달서림 목요 책방지기가 된 그때의 작가가 사회를 보며 북토크를 진행하는, 책으로 얼기설기 맺어진 인연이 참 좋다. 사탕가게에서 아이가 사탕으로 고르고 버찌씨로 사탕값을 내자, 거스름돈까지 살뜰히 챙겨 준 위그든 씨의 선한 영향력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조예은 작가는 북토크를 하는 동안 책 속의 이야기를 그때 그때의 정서를 담아 생동감 있게 전해주는 한편, 미처 책에 담지 못한 책 밖의 이야기는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 주며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도왔다. 책에서도 그러하였지만 북토크에서도 조예은 작가의 책방 운영 철학이 곳곳에 드러났다. 이를 테면,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상권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 서점 위치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우산봉 아래 숨은 버찌책방’이라는 멋진 소개글을 만들고 서점을 찾아가는 과정도 서점을 경험하는 일부로 만들어야겠다는 것 하나, 그리고 지역 책방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고 자신이 읽은 좋은 책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개해야겠다는 것 둘, 또 경계를 벗어난 책방을 표방하며 학교로 찾아가는 버찌책방 활동을 계속하며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것 셋.

‘우산봉 아래 숨은 버찌책방’은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며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고, 지역 책방으로서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과 협업, 성심이의 책빵클럽을 만들어 빵 관련 그림책 읽기 모임도 운영했던 것에서 그 철학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철학으로 조예은 작가가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주말에 책방을 나올 수 없는 청소년이 많다고 말했을 때, 역시 요즘 학생들이 독서를 멀리하는 건가 짐작했지만, 뒤이어 나온 이야기는 짐작과 달랐다. 주말은 물론 등교 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그러다 보니 책방출입은커녕 문화생활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점점 경제적 문화적 사회의 양극화는 심해질 거라는 예측이 넘쳐나는데 그로 인해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는 어른의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좋아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인인 할머니와 둘이 살았던 지안에게 나라에 신청해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알려주는 박동훈 과장과 같은 어른. 그전에 구멍 나고 해진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수리하고 손질하여 아동 복지 그리고 청소년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


책에서 나에게 용기를 준 문장이 여러 개가 있지만, 아래 문장의 ‘그냥’이 마음에 와닿는다.

“어떤 일이든 결과를 예측하며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그냥’의 힘은 중요하다.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메리 파이퍼의 “모든 유형의 글은 1밀리미터일지언정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문장은 몇 년째 큰 흥행(?)작이 없어도 꾸준히 쓰고 만드는 나에게 언제나 마음의 닻이 되어 준다.

비록 내 글이 쓸 가치가 있을까 싶게 비루하게 느껴지지만, 모든 유형의 글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 ‘그냥’ 일단 써보라고 용기를 주는 이 문장이, 내게도 와서 마음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닻이 되어 주었다.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어야겠다고도 다짐하게 되었고........

북토크 날 노트에 기록한 메모의 마지막은 “북토크를 통해 본 버찌책방지기, 아니 조예은 작가는 생각했던 것처럼 작지만 당차고 단단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지만 가볍지 않았다. 현재에 충실하고 내 앞의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아무래도 올해가 가기 전 대전에 우산봉 아래 숨은 버찌책방을 찾아가야겠다”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방문해야겠다는 나의 약속을 지키러 버찌책방의 2025년 영업종료 하루 전날이었던 12월 27일 토요일에 드디어 버찌책방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가족들이 좋아하는 천안 호두과자 가게에 들러 새로 나온 신상품을 버찌 책방지기 선물로 준비한 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책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버찌책방 시즌 1의 간판과 버찌책방 시즌 2 별빛집의 간판
우산봉 아래 숨은 버찌책방의 외부 모습
버찌책방 출입구 옆이자 세미나실 문의 모습과 카운터 쪽
버찌책방 내부 보습과 고양이 자두

카운터 뒤에 있던 익숙한 버찌 책방지기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전에 방문하신 적이 있지 않느냐고 내게 질문했다. 사실 나는 한두 번 만나서는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익명성에 최적화된 캐릭터라 자부하고 있어서, 당연히 알아보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책방을 둘러본 후 책을 구매할 때, 넌지시 반달서림 북토크 때 만난 적이 있노라고 말하며 깜짝 커밍아웃을 하려고 했는데, 예리한 버찌책방지기 눈썰미에 기분 좋은 일패를 당했다. 다시 책방지기에게 버찌책방은 처음이고 그날 북토크 이후 올해가 가기 전에 방문해보고 싶었다고 인사하고 호두과자를 건넨 후 책방을 둘러보았다.

아이가 있는 가족,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 등등이 책을 뒤적이고 탐색하는 책방은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 원목 가구와 책이 어우러진 공간 곳곳에 책방지기와 책벗이 함께 꾸민 코너가 눈길을 끌었고, 원두커피의 향이 그윽하게 퍼졌다.

북토크 때 소개했던 고양이 자두는 자신의 아지트에서 책방 안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긴장한 눈빛으로……. 8월의 북토크 당시 심한 학대를 받은 상태라 아직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그 뒤 SNS에 올라온 글에서 점차 마음을 열고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두 앞에 앉아서 눈을 가만히 바라보니 눈동자를 맞추고는 이내 ‘야옹’ 거리면서 내 앞으로 나와 친근함을 표시해 주었다. 감동이었다.

키우던 고양이가 2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 우리 동네 길고양이도, 한 달 전에 갔었던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들도, 내게 다가오는 고양이는 없었는데...... 그런데, 자두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헤드번팅과 심지어 배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 아닌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눈을 맞추고 하니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족과 함께 온 세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남자아이가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기에, 아이에게 오뎅꼬치로 고양이와 노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자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문득 과거 우리 고양이가 어린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내가 자리를 뜨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두에게 인사하고 일어서고, 자두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그 자두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아이. 자두가 숨을 곳을 찾는 거라며 고양이가 쉬게 해 주자며 고양이의 여러 성향에 대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책방지기의 모습에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짧은 이번 방문으로 책방 분위기와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아쉬워서, 그리고 자두의 환대에 감동을 받아서, 2026년에도 우산봉 아래 숨은 버찌책방에 찾아가야겠다. 자두에게 줄 츄르를 챙겨서…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책과 저자 서명. 그리고 굿즈들, 버찌책방에서 받은 버찌 스탬프
버찌책방에서 구입한 책 『초록을 좋아하는 고양이』와 『괴테의 식물변형론』
우리동네책방시리즈 9 - 2026년 달력 중 6월에 소개된 버찌책방

* 참고자료

1.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조예은, 초록비책공방, 2025

2. 반달서림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북토크 안내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961612684)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967663634)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981323897)

3. 반달서림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북토크 후 버찌책방지기 추천 도서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983194252)

4.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강효진, 구름의시간, 2022

5. 출판사 ‘구름의시간‘ 블로그 (https://blog.naver.com/cloudtime2022/222967024441​)

6. 성심당의 에코성심 프로젝트 (https://www.sungsimdang.co.kr/page/23)

7. tvN 드라마 - 「나의 아저씨」 (https://tvn.cjenm.com/ko/mymi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