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와 노재팬 운동의 시각으로 바라본 집단 감성"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2019년 불매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고, 당시에는 일본 맥주 수입이 ‘0’으로 잡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점차 회복되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230% 증가하며, 2019년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때 마트에서 자취를 감췄던 아사히, 기린, 삿포로 맥주가 이제 다시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감소했지만, 일본 맥주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 어패류 수입은 25% 줄었지만, 일본 맥주는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재 일본 맥주는 1캔에 2천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며, 이는 엔저 현상의 영향이 크다. 엔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본 제품 전반이 저렴해졌고, 이는 소비 심리 회복과 맞물려 일본 제품의 재유입을 가속화했다.
또한, 일본 여행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8월까지 432만 명이 일본을 방문했으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일본항공협회는 2025년 일본행 항공권 예매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코로나 이전 대비 60% 감소했으며, 일본 수산물 소비도 75% 줄었다. 이는 중국의 경기 침체 및 소비 위축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매운동 당시 일본 맥주뿐만 아니라 유니클로, 일본 자동차까지 ‘사지 않겠다’는 선언이 쏟아졌다. 2019년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70% 급감했고, 일본 자동차 판매량도 60% 감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2023년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다시 증가해 전년 대비 20% 성장했으며, 일본 자동차 역시 2024년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늘었다. 불매운동 당시 거리에서 ‘NO JAPAN’ 티셔츠를 입고 행진하던 이들은 이제 일본 여행 후기를 SNS에 자랑스럽게 올리고, 일본 맥주와 위스키를 기꺼이 구매한다.
결국, 당시의 불매운동이 일종의 ‘집단적 감정’에 의해 촉발되고 정치적 흐름 속에서 증폭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감정의 파고가 지나가자 다시 실리를 찾는 태도로 돌아선 것이라면, 처음부터 냉정하게 접근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때 “다시는 일본 여행 안 간다”고 선언했던 이들이 지금 누구보다 일본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당시의 불매운동이 신념보다는 유행에 가까웠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단순한 경제 논리만은 아닐 것이다. 불매운동을 했던 이들이 다시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은, 결국 ‘기억의 조작’ 혹은 ‘합리화’ 때문이 아닐까. 불매운동 당시에는 ‘우리의 결기가 일본을 흔들 것’이라는 정서가 강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일본 맥주를 마신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겠나’라는 식의 개인주의적 관점으로 옮겨간 것이다.
불매운동의 성패를 떠나, 집단적 열망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냉소와 망각이 남는다. 2019년의 우리가 내세웠던 도덕적 정당성이 2025년의 우리에겐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앞으로 또다시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정의로운 소비’를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