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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펀치 Apr 29. 2023

무엇이 더 창피할까?

책 <창피하지만, 일단 해봅니다>


잘 모르는 걸 안다고 하고 넘어가는 것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잠깐 창피한 것 중에

무엇이 더 창피할까?


당시에는 아는척하고 넘어가는 게 덜 창피할 수도 있다. 모른다고 인정하면 분명 누군가는 왜 모르는지 핀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는 척했던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이 들기도 한다.


일전에 회사에서 부서별 성과를 발표하고 경연하는 행사에 부서 대표로 발표자료 제작과 발표를 맡은 적이 있다. 제작과 발표를 어떻게 한 명이 다하는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서로 튀기 싫어하는 공사문화에서는 지원자 한 명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나는 대학생 이후로 발표는커녕 피피티도 손을 뗀 지 오래였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돼서 요즘 템플릿이나 제작 형식을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부터 공부하며 만들어볼 테니 양해해 달라. 소속장님께서는 내용적인 부분은 본인이 1대 1 코치를 해줄 테니 걱정 말고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도전자의 입장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니 피피티가 아니어도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툴이 많았고 이것저것 공부할 게 많았다. 자료를 제작하면서 공부도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흥이 났고 해당 대회에서도 1등은 아니지만 입상을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만약 처음부터 피피티를 잘 못한다는 창피함에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대답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속장님도 도와준다고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창피함은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시기에 느끼는 입문기 창피'다. 처음이기에 나만 안 되고, 나만 모른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좀 더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느끼는 발전기 창피'다. 경험이 쌓인 만큼, 너무 애쓰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게 부끄럽거나 다른 사람의 협력을 구하기가 멋쩍은 단계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내가 주변인들보다 훨씬 경험치가 쌓였을 때 느끼는 '숙련기 창피'다.
보통 창피함은 '처음으로 도전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존경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을 쌓아온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데에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책 <창피하지만, 일단 해냅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의 창피함에 있는가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입문기일수도 있고 발전기일수도 있지만 새로운 영역에서는 입문자가 될 수 있다. 비록 내가 잘해왔던 것 경험치가 쌓인 분야일지라도 완전히 똑같은 분야는 없다. 누구든 입문기를 거쳐야 한다. 내가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 입문기라도 빠르게 적응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입문기의 창피함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태어날 때부터 도전은 시작된다. 엄마 뱃속의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다. 이제 스스로 눈도 떠야 하고 스스로 호흡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입문할 것이 많은 지금이 좋다. 아니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열려있는 지금이 좋은 것 같다. 이제는 일단 하면 된다. 해보고 아니면 다른 것도 해보면서 실패의 기회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정답인 것처럼 살 수는 있다. 해보자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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