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빈 Nov 01. 2023

프랑스 유학 후 부업으로 커피숍을 운영하는 부부 이야기

베트남, 하노이

작은 공간에서 선순환되는 비즈니스 과정을 창출하고 있어요.



시각: 9월 15일, 밤 8시 ~ 11시. 베트남, 하노이 야시장

커피숍: GOURMET GIFT (90 P. Hàng Đào, Hàng Đào, Hoàn Kiếm, Hà Nội, Vietnam)




  부모님의 25주년 결혼 기념일이라 전 가족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여행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강릉 시청에서 지원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계셔서 커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베트남의 커피 문화를 탐방하고자 했다. 원두를 구입하러 야시장을 돌아다니던 중, 꽃향기가 풍기는 차를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특별한 커피숍 한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킴(Kim Ngan)입니다. 이 작은 커피숍 공간을 남편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프랑스에서 원래 유학을 했고,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했었다가, 지금은 학교에서 프랑스어 선생님으로 근무합니다. 그게 제 주업이에요. 남편 바크(Bach)는 미국 은행에서 근무하는데 마찬가지로 퇴근 후 이 사업을 저와 하고 있어요.


작지만 손님 가득했던 수많은 제품의 커피숍


- 만나게 돼서 행운이에요. 야시장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꽃잎차 시식하러 들어왔는데, 영어를 하셔서 대화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도 말 걸어주셔서 반가웠어요. 그날 손님이 많아서 저랑 남편이 퇴근 후 일하러 왔을 때였거든요. 아침부터 오후까진 스태프 열 명이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저녁에는 저희가 와서 돕습니다.


- 주업도 있으신데 이 사업도 운영하시고, 바쁘시지 않으세요?

  

  초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아이 두 명도 있어요 (웃음). 유모에게 맡겨서 이 인터뷰 끝나고 보러 가려고요. 바쁘지만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었던 사업이라 정말 행복합니다. 이걸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2년 동안은 닫아야 했어요. 그만두고 접자 고민하다가, 세상에, 저랑 남편이 커피를 너무 사랑하더라고요. 멈출 수가 없었어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지요. 공급업체를 찾고, 브랜딩 하고, 사업 운영하는 시스템을 스태프 고용해서 자동화하는 과정이 정말 쉽진 않았지만 열정 하나로 해냈어요.


- 커피원두뿐만 아니라 찻잎, 커피머신, 선물 용품이 다 있는데 이걸 포장한 라벨 디자인도 다 만드셨어요? 혹시 캔바(Canva)인가요..!


  네, 캔바(Canva)로 열심히 만들었어요! 퀄리티 있게 예쁘지 않나요? 아기 포장하듯 정성 들여서 포장지도 고르고 재료도 선별해서 골랐습니다. 가장 초기자금 투자가 들지 않도록 했죠.


엄별해 가져온 수많은 제품들



- 왜 하노이 야시장 근처에 자리를 잡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 지역을 오래 알고 지냈고, 무엇보다 커뮤니티와 커피 관련 공간이 여기 많고. 우연히 이 공간이 또 임대가 났더라고요. 무엇보다 기아 레이(Gia Lai) 지역이 이 근처거든요.


* Gia lai: 주요 커피 생산지 중 하나. 중부 고원 지역에 있으며, 베트남 고원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지역은 주로 해발고도가 높고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다양한 민족 그룹이 살고 있으며, 주로 Gia Rai, Ba Na, Xo Đang 및 Hrê 와 같은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민족들은 고유한 문화, 언어 및 전통을 갖고 있으며, 특히 기아 레이족은 유명한 민족 중 하나이다.


Gia Lai (출처: 위키피디아)


- 남편 분과 사업을 시작한 스토리 좀 들려주세요.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남편을 만났어요. 도시에서 좀 떨어진 외곽지역 Dunkirk에서요. 처음에 유학 갔을 때 큰 충격을 먹었던 건, 내 나라 베트남을 모르는 프랑스인이 많다는 거였어요. 그게 마음에 걸렸고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었죠.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도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친구로서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하고, 사업 생각을 나누다가, 실제로 시작하게 되면서 이후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사업을 고민했다가 커피를 발견했고, 이 아이템이다 싶어 추진하신 거네요?


  맞아요. 정말 재밌어요. 베트남 커피는 정말 맛있거든요. 저랑 남편은 하루 20~30잔을 마셔가며 커피를 배울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시작한 게 아니라 시작하기로 하면서 배우느라 그래야만 했기도 하고요. 베트남 커피인데 다른 나라 이름이 포장지에 붙어 수출되는 품목도 예전엔 많았어요. 예를 들어 인도 쌀과 태국 쌀을 서로 이름을 다르게 붙여 유럽게 수출되는 경우도 아직 있고요. 요즘은 베트남 커피가 유럽에서도 점점 알려져서 좋지만,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커피의 잠재력을 알았고 우리 존재를 가장 잘 알릴 품목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 부모님이 저랑 여행 같이 오셔서 커피 워크숍을 가셨는데, 쓰지만 진한 에스프레소다운 맛을 좋아하셨어요.


  베트남 커피는 독특하죠. 우리만이 만든 레시피도 있지요. 프랑스 식민지 때부터 에그커피, 코코넛커피 등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어온 것도 국민들이 커피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이 하노이 기엠 호수(Kiem lake) 근처에도 커피 마니아들을 위한, 커피 사업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거기서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인사이트를 나누며 같이 성장하고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코코넛 커피(), 에그 커피(우)


- 사랑하는 일을 하니 바쁘지만 아름다운 인생이에요. 사업 쪽으로 넘어가, 사업은 어떻게 자동화하셨어요?


  일단 스태프들을 고용한 것이 커다란 한 수였죠. 이 공간은 작지만 많은 것들을 팔아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아요. 우린 파는 것보다 가게에 기웃거리는 외국인에게 우리 제품을 '맛보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이들을 반겨주고 차를 시식하게 하고, 커피의 유래와 역사를 설명해 줄 스태프들이 필요했습니다. '선순환'이 중요한데, 이 스태프들은 영어와 영업스킬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외국인 손님들은 베트남 역사와 커피를 배우게 되는 거죠. 이 선순환 과정에서 이뤄지는 손님들의 구매는 정말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매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손님들이 베트남 커피를 '제대로' 경험하는 겁니다.


마침 방문한 외국인 단체 손님들. 30분을 머물고 가셨다


- 스태프들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뽑을 때 기준이 있을까요?


  우선 영어가 기본적으로 되는 '대학생들'을 고용합니다. 저희는 풀타임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아요. 스태프들에게도, 손님들처럼에게도 마찬가지로, 이 커피숍이 거쳐가며 많은 걸 배우고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하루 4시간 ~ 5시간 정도를 근무하게 하는데, 졸업 후 자신의 직업을 가질 때 필요한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선 영어를 기본적으로 하는 대학생을 뽑고 1) 영업 스킬과 2) 영어 교육을 정기적으로 해줍니다. 영업 스킬의 경우 제가 보험사에서 영업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PPT를 만들어 자료를 줍니다. 영어는 필요한 표현을 가르치고 외국인 손님들을 직접 맞이하면서 자신감 있게 구사해 보라고 합니다.


스태프들과 (좌), 인터뷰한 부부와 (우)


-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주신다니 놀랍습니다.


  몇 달에 한 번씩 식당을 잡아 우리끼리 파티를 열기도 하죠. 커피숍 말고 다른데 모여서 제가 발표를 해주기도 하고요. 스태프들 모집은 거의 페이스북 저희 페이지에다가 공고를 올려서 구합니다. 지금까지 일하고 떠났던 스태프들은 모두 자랑스럽게도 좋아하는 직업을 얻었어요. 떠난 후에도 저희에게 연락이 와서 자주 밥을 같이 먹죠. 또 스태프 교육 있을 때 초대하기도 한답니다. 고용주로서 이런 관계를 스태프들과 유지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더 건강한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 비전이 어떻게 되나요?


  체인점을 내고 싶습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하나 더 샵을 오픈하고 싶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고, 더 알릴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잘 사업하고 있다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겠고요. 지금은 그 목표를 가지고 있고, 내년 목표는 또 그 목표를 이루면 보일 것 같습니다.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사업을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더 많이 배웠어요. 한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저희가 준비한 커피 원두인데 가져가세요. 오히려 저희도 재밌었고 감사하네요. 저희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에게도 재밌게 읽힐 수 있는 가치 있는 스토리였다면 좋겠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