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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Nov 14. 2023

오래된 책과 노인을 사랑해서 사업을 시작한 보존 사서

- 포르투갈, 포르투(Porto)

진정한 열정을 가지면 비즈니스는 자연스럽게 피어납니다. 



날짜: 2023년 10월 12일 - 포르투칼, 포르투 

상점 이름: gostar de ler alfarrabista (Rua dos Mártires da Liberdade 120, 4050-359 Porto)


*의미가 담긴 특정 동사는 단어(영어)로 표기하였습니다.




  사업을 준비하거나 프리랜서로 생활하는 전 직장 동료들이 포르투칼에서 같이 노마드 생활을 하자고 나를 초대했다. 리스본(Lisbon)보다 더 작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로컬이 적은 포르투(Porto)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골목 구석구석을 드나들다가. 중세시대와 마법, 판타지가 어우러진 듯한 작은 서점을 우연히 발견했다. 숨겨진 골목의 잠잠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가득한 이 곳의 주인 또한 그러했다. 





-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안녀아세요, 마리아 드 루흐데시(Maria de Lurdes)입니다. 직업은 보존 사서입니다. 보존 사서란 역사적,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서적을 보존하고 수리하며 복원하며 관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 동화 속에 나오는 서점 같아서 안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해리 포터가 연상되기도 해요.


  감사합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좀 버벅거려도 이해 부탁합니다. 이 서점은 제 인생이에요.



- 포르투에 서점을 여셨는데, 집도 이 근처이신가요?


  아니요. 집은 여기서 25km 떨어져 있습니다. 많이 멀어요. 그래도 포르투에 서점을 연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오래 일하기도 했고, 또 오래된 책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있고, 알고 지낸 고객들과 가진 관계도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포르투는 정말 많은 역사를 가진 도시예요. 사람들도 따뜻하고 끈끈하죠. 우리 마을에는 '리즈본은 잠잠하고(Rest), 포르투는 일한다(Work)'는 말이 있어요. 리즈본은 의사, 변호사 등 잘 나가는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정치적으로 벌어지는 일도 많죠. 근데 개인적으로 포르투가 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생각해요. 정원사, 나 같은 보존 사서, 전통음식 셰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잘 모여 살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해요.


포르투갈, 포르투 석양



- 원래부터 보존 사서를 하셨었어요?


  네. 저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오래된 책을 어려서부터 사랑했어요. 여기서 '오래된'이 중요합니다. 전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 책장을 넘길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 또 펼칠 때 읽히는 지혜와 지식이 황홀(Fantastic)합니다. 이 사랑을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내 마음(Inside)에서 나옵니다. 어릴 때부터 이 직업만 가졌어요.


Maria de Lurdes



- 오래된 책을 관리하고 사는 게 재정적인 공수가 많이 들진 않나요?


  보존 사서는 직업이 아니에요. 또 돈을 생각하면 안 돼요. 사랑과 열정으로 하는 거죠. 책들을 경매에서 사려면 비싸긴 합니다. 고객이 제 책을 구입하여 받은 돈으로 또 고객을 위한 다른 책을 사는 겁니다. 애정이 강하면 남는 돈을 잘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사업으로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 서점에 오래된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오래된 책을 정의할 때 19세기를 얘기하면 안 됩니다. 15~19세기 사이 책을 '오래되었다'라고 정의하죠. 제 서점에는 시, 문학, 생물학, 과학과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오래된 서적들이 있어요. 프랑스 와인에 대한 책, 라틴어로 된 책, 중세 포르투칼 언어로 된 책, 생물학, 자서전, 시집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코너 한 곳에는 19세기 음반과 엽서, 지구본과 타이핑 기기 등을 진열했어요.  


- 이 전에 하셨던 일도 그럼 사서였겟네요?


  저는 대형 도서관(Library)에서 일했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책만 읽으니까, 소문이 돌았나 봐요. 제 전 직장 상사와 그 아내가 제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한 거예요. 저는 그때 어렸고, 고민했지만, 세 번의 설득 후 동의하고 이들을 위해 일하기 위해 포르투(Porto)에 왔어요. 그렇게 사서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죠. 직장 상사의 도서관은 3층으로 이뤄진 수백만 권의 책이 있는 거대한 빌딩이었습니다. 그곳에서 17년을 일했습니다.



- 세상에. 회사나 다름없었네요!


 회사였어요. 저 정말,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저만 찾기 시작했어요. 저에게만 질문하고, 도움을 청하고. 직장 상사를 찾지 않는 거예요. 마지막 달에 상사와 상사 아내가 저를 너무나 처참하게(Very badly) 대했고, 저는 저 스스로가 쓰레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죠.



-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돈을 왜 버는지 다시 정의해야 하셨겠네요.


  맞아요. 저는 당시 7명의 형제와 자매가 있었어요.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실 정도로 아프셨고, 어머니도 바쁘셨고. 저랑 제 남동생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죠. 하지만 전 한 번도 돈을 위해 일한 적은 없었어요. 생계를 위해, 월세를 내기 위해 노력했을 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죠. 또 상사 때문에 힘들어도 사서로 계속 일해야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식구로 인해 다달이 나가는 돈이 줄게 되었을 때, 그때 더 이상 직장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17년을 일하고 그만두게 되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일은 계속 하지만, 장소는 바꾸기로 마음먹은 거죠.



- 17년을 또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책에 대한 사랑을 사업으로 바꾸셨어요.


  책을 사랑했죠. 그냥 옆에만 있어도 행복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없이 지금 이 서점을 시작했습니다. 전 이미 집에 쌓아둔 책이 있었고, 또 가진 돈을 털어서 경매에서 오래된 책을 사기도 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이 샵을 시작해서 많은 고객들을 가지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비즈니스가 되었고, 저절로 사업을 하게 된 것이죠.



- 마케팅은 하시나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운영이라던지요.


  전혀 안 합니다. 저는 현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겠지요. 근데 책이 다 팔려서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책이 가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저는 어떤 책이 어떤 고객에게 필요한지 이미 압니다. 그래서 직접 전화해서 책이 있다고 알려주고 추천해 주거나, 편지를 써서 책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방법이 저에게는 여기를 운영하는 아주 중요한 원칙입니다.



- 오래된 것들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운영하는 방식도 오래된 방식(Old, traditional)이네요.


  오래된 책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사람들(Old people)도 좋아합니다.


'오래됨' 자체를 간직한, 역사지로 가득한 포르투



-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백발의 사람들이요. 오래된 책과 노인들은 지혜가 넘쳐흐릅니다. 제가 가서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백발의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가서 만지고 대화하고 싶어 집니다. 마찬가지로 이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 저는 몰라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길을 지나가다가도 노인들을 발견하면 그냥 다가가서 대화하기도 합니다.



- 오래된 책이 오래된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건가요?


  그럴지도요(Maybe). 요즘 젊은이들이 시간이 없어서 부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전 이게 너무 슬픕니다. 오래된 책이 함부로 대해지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오래됨은 존엄하고, 신성한 겁니다. 일시적인(contemporary) 것들과 동등하게 대해지면 안 됩니다. 더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합니다.



- 이 마법 같고 아름다운 공간은 마리아 님의 오래됨을 소중히 하는 마음의 결과물(Outcome)이로군요.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수선하지만 질서 있고 예쁘잖아요. 오래된 것들은 티가 나지 않아도 들여다보면 더 아름답고 빛나는 법입니다. 외관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빌딩이지만 들어오면 잠잠하게 화려한 이 공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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