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과 유저의 비중이 달라지는 바로 그 직업
PM으로 일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만드는 이 기능이, 결국 누구한테 가는 거지?
DAU 올리고, 전환율 개선하고, A/B 테스트 돌리고. 다 의미 있는 일이다. 근데 가끔, 정말 가끔 —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올라올 때가 있다.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기술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됐는데, 알고 보니 이 질문을 진짜 업으로 삼고 있는 PM들이 있더라. Social Impact PM이라는 직업으로, 한국에서는 거의 안 알려져 있는데, 해외에서는 꽤 뚜렷한 커리어 트랙이다.
궁금해서 파봤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차이는, 성공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거다.
우리가 아는 PM은 매출, 리텐션, 시장 점유율로 성과를 증명한다. Social Impact PM은 "이전에 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이, 이제 접근할 수 있게 됐는가"를 본다. 미션 달성도, 커뮤니티 참여율, 때로는 정책 변화까지가 이 사람들의 KPI다.
유저를 보는 눈도 다르다.
보통의 PM은 가장 활발한 유저에 집중한다. 당연한 거다. 리소스는 한정돼 있고, 참여도 높은 곳에 쏟는 게 합리적이니까. 근데 소셜 임팩트 쪽 PM은 그 반대를 한다. 지리적으로 멀거나,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서비스를 못 쓰는 사람들. 기존에 계속 무시당해 온 사람들한테 의도적으로 우선순위를 둔다.
참여도 핫스폿이 아니라 블라인드스폿을 노리는 거다. 이 관점 하나가 제품 전체를 바꾼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도 좀 독특하다.
Co-design이라는 접근인데, 쉽게 말하면 "유저를 위해서 만든다"가 아니라 "유저와 같이 만든다"는 거다.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결과물이 꽤 다르다.
JustFix라는 주거 정의 단체가 좋은 예다. 부당 퇴거를 당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저니 맵핑이랑 디자인 워크숍에 직접 참여시켜서 불만 신고 툴을 만들었다. Think of Us라는 위탁 양육 단체는 아예 당사자 경험을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전담 센터를 세웠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유저 인터뷰, 피드백 수집, 반영 — 그 프로세스를 한 단계 더 올린 느낌이다. 설계 테이블에 유저가 앉아 있는 거다.
그럼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일하는 걸까.
크게 네 갈래더라.
하나는 Civic Tech. 정부 디지털 서비스 쪽이다. 뉴욕시에서는 수백만 시민을 복지 서비스에 연결하는 ACCESS NYC라는 플랫폼을 PM이 주도한다. 미국의 USDS(US Digital Service), 캐나다의 Canadian Digital Service 같은 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Tech Nonprofit. Ameelio라는 곳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교도소에서는 수감자가 가족에게 전화하려면 분당 1달러를 내야 했다. 영리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Ameelio는 이걸 보고 무료 메시징/화상통화 플랫폼을 만들었다. 여기서 PM이 경쟁 분석을 할 때 보는 건 "어떻게 이기냐"가 아니라 "어떻게 더 싸고 접근 가능한 대안을 만드느냐"다.
세 번째는 미션 드리븐 테크 기업. Udemy, Marble Health 같은 곳들. 영리 기업인데 사회적 미션이 제품의 중심에 있고, PM은 비즈니스 메트릭이랑 임팩트 메트릭을 동시에 본다.
네 번째는 대기업의 임팩트 팀. Salesforce에는 Nonprofit Cloud라는 제품이 있고, 수천 개의 비영리 조직이 쓴다. 이걸 만드는 PM이 있다.
그래서 매일 뭘 하냐고 물으면 — 솔직히 70%는 일반 PM이랑 크게 다를 거 없다. 로드맵, 스프린트, 유저 리서치, 이해관계자 미팅.
근데 나머지 30%가 전혀 다른 근육을 쓴다.
일단 돈이 다른 데서 온다. 매출이 아니라 그랜트, 기부금, 정부 자금. 그래서 "이 기능이 매출에 기여하나?"가 아니라 "이 기능이 그랜트 리포트에서 임팩트를 증명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한다. 펀딩 사이클이라는 게 존재하고, 그걸 제품 로드맵이랑 맞추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리소스도 적다. 전담 데이터 분석가나 디자이너가 없는 경우가 흔해서, PM이 리서치도 하고 데이터도 보고 와이어프레임도 그린다. 힘들긴 한데, 반대로 보면 일반 테크 기업에서 3년 걸릴 경험을 1년에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임팩트 측정. 이게 이 역할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직업 훈련 프로그램의 PM이라면, 프로그램 이수율이나 수료 후 취업률 같은 걸 추적한다. 근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우리가 측정하고 있는 이게, 진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건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 이게 단순 대시보드 만드는 일이랑 다른 점이다.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든 생각은, Social Impact PM이란 게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거다. 우리가 PM으로 매일 쓰는 스킬 — 유저 이해, 우선순위 결정, 이해관계자 조율,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이걸 다른 방향으로 쓰는 것에 가깝다.
메트릭이 바뀌면 보는 세계가 바뀌고, 보는 세계가 바뀌면 만드는 제품이 바뀐다.
PM 커리어를 쌓으면서 "이 스킬이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면, 이 세계를 한번 들여다봐도 좋겠다. Tech Jobs for Good, All Tech Is Human, Fast Forward 같은 플랫폼에서 실제 채용 공고를 볼 수 있고, USDS나 Rippleworks에서는 펠로우십이나 파트타임 자문 형태로 먼저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아기사자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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