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호렬이는 한글을 잘 못읽어요. 센터에 오면 3권의 문제집을 풀지만 호렬이는 문제집을 풀 수가 없어요. 한글을 잘 모르니까요. 그렇게 나는 호렬이를 만났어요. 호렬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날마다 동화책을 한 권씩 읽는데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고 싶어했지만 나는 조목조목 짚어서 다시 읽게 했어요. 노트에 틀린 단어들을 모아 반복해서 읽게 했어요. 자음자와 모음자를 두 번씩 소리내어 쓰게 했어요. 조금씩 한글의 구성 원리를 깨우쳐갔어요. 그렇게 두 달쯤 지나자 한글을 거의 깨우쳤어요.
그 어려운 '옮김'이라는 단어도 정확히 발음할 줄 알게 되었거든요.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어요. '국어'와 '수학' 그리고 '바슬즐'이에요.
"바슬즐이 뭐야?"
선생님이 물으니 호렬이는 대답했어요.
"선생님은 그런 것도 몰라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지 뭐에요?!"
이전에는 몰라서 자꾸 틀리니까 문제집을 풀 수 없었는데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니 문제가 점점 쉬워졌어요.
호렬이는 한글을 배우고 나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지만, 가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힘들어했어요. 어느 날, 그는 '사과'와 '바나나'를 구분하는 문제를 풀고 있었어요. 문제를 읽고 나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얼굴이 찌푸려지며 끙끙대기 시작했어요. 연필도 일부러 힘껏 부러뜨렸어요.
"왜 이렇게 어려워?"라고 중얼거리며, 문제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헷갈렸어요. 그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자세를 바르게 잡고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고 했어요.
"호렬아, '사과'는 어떤 색깔이지?"
호렬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빨간색!"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렇지! 그럼 '바나나'는?"
이번에는 "노란색!"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그렇게 함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호렬이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고, 어려운 문제도 조금씩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도 호렬이는 수학 문제 하나 앞에서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몇 번 다시 읽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힘들어했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는 할 수 있어!"라고 외쳤어요. 그 순간, 나는 그의 성장을 느끼며 뿌듯함을 느꼈고, 호렬이도 한글을 배우는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답니다. 호렬이는 문제집을 다 푼 뒤 선생님이 채점을 하면서 빨간 펜으로 '100점!'이라고 쓸 때마다 얼마나 큰 웃음으로 행복해 하는지 몰라요. 누군가 자신의 곁에 꼭 붙어서 어떤 어려운 문제도 함께 풀어내는 과정을 날마다 반복하면서 호렬이는 자신감과 사랑받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선생님을 혼자 독차지하려고도 하지만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어요.
"좋은 것은 함께 나누는 거야."
날마다 호렬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자존감을 빵빵하게 채워가고 있어요.
"오늘도 너무 잘했어. 엑설런트~!"
이 말에 바로 대답하는 호렬.
"똥썰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