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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노트서영 Aug 12. 2024

소심한 승현의 첫 걸음

"오늘은 제가 쓴 시를 읽어볼게요."

나는 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소심한 승현 학생을 보았어요. 승현이는 중1학생이에요. 눈빛이 참 착하구나 싶을 만큼 웃는 인상이었어요. 눈썹이 길어서 참 인상적이었어요. 순한 사슴 같은 눈빛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늘 선생님 근처에 오지 않았고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어요. 그는 항상 조용하고, 수업 중에 잘 따라하지도 못하며, 공부에 대한 열의도 보이지 않았죠. 글쓰기 캠프 첫 날, 그는 자신만의 시를 쓰지 못하고 머뭇거렸어요. 소리 내어 자신의 글을 읽는 것도 두려워했죠.


“승현아, 괜찮아. 처음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적어보는 거야.”


나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그날 저녁, 나는 승현이에게 작은 노트를 선물했어요.


“이 노트에 하루에 한 가지씩 네가 좋아하는 것, 혹은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는 건 어때?”


승현은 조심스럽게 노트를 받아들었고, 그날 밤 그는 첫 번째로 ‘별’이라는 단어를 적었어요.


다음 날, 수업이 시작되자 승현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노트에 적은 것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보라고 권했죠.


“별이 왜 좋았는지,그 이유를 친구들에게 말해보는 거야.”


처음에는 주저하던 승현이었지만, 친구들이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자 조금씩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승현은 매일 노트에 적은 것들을 친구들과 나누는 것을 즐기게 되었어요. 그는 ‘꽃’, ‘바람’, ‘햇살’ 같은 단어들을 적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드디어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늘은 가 쓴 시를 읽어볼게요.”


승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의 눈빛은 결단력이 있었어요. 친구들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승현은 점점 자신감을 얻어가며 시를 읽어내려갔어요.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또렷해졌고, 마지막에는 친구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어요.


“잘했어, 승현아! 정말 멋진 시였어!”


친구들의 응원에 승현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 안에는 자부심이 가득했어요. 그는 이제 더 이상 소심한 학생이 아니었어요. 글쓰기 캠프가 끝날 무렵, 승현은 자신만의 시집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그 안에는 그의 성장과 변화가 담긴 글들이 가득했죠.


이렇게 승현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었어요. 이제 그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이 되었어요. 아이들 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 한 사람만 있어도 조금씩 멈추지 않고 오래 서 있던 그 자리를 버리고 한 발짝씩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면서 그는 핸드벨을 방바닥에 나란히 놓았어요. 그리고 소리를 조절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맞췄어요. 학 교 종 이 땡 땡 땡. 솔 솔 라 라 솔 솔 미 솔 솔 미 미 래. 조금씩 서툴지만 그는 핸드벨을 하나씩 집어서 음률을 맞췄어요. 아이들이 하나둘 그의 곁으로 왔어요.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방해하는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도 웃으며 '학교 종이'를 완성했어요. 여유로운 눈빛.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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