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했다는 느낌
1. 이해는 원래 ‘불편한 상태’다
우리는 이해를
편안한 상태로 오해한다.
하지만 진짜 이해는 다르다.
찜찜하고
예외가 떠오르고
반례가 머리를 친다
그래서 진짜 이해의 직전에는
항상 이런 말이 나온다.
“근데 이건 좀 이상한데?”
“이 조건에서는 안 맞지 않나?”
이 질문이 나와야
사고는 살아 있다.
그런데 AI는
이 불편한 구간을 통째로 건너뛰게 만든다.
2. AI가 만드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정리된 설명’이다
AI는 설명을 잘한다.
정리를 잘한다.
문장을 매끄럽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의 완성도를
이해의 깊이로 착각한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설명은 외부에서 주어진다
이해는 내부에서 재구성된다
AI는 전자를 제공하지만,
후자는 사용자가 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AI의 설명은
너무 완성도가 높아서
재구성할 필요가 없어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뇌는 이렇게 반응한다.
“굳이 더 생각 안 해도 되겠네.”
3. ‘아, 알겠다’는 사고 종료 버튼이다
AI 사용자 초기에
가장 자주 관찰되는 패턴은 이것이다.
1. 질문한다
2. 긴 설명을 받는다3. “아, 알겠다”라고 느낀다
4. 다음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때 사용자는
이해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고를 위임한 상태다.
진짜 이해가 있었다면
다음 질문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그럼 이건 언제 깨지지?
이 설명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내가 지금 놓친 가정은?
이 질문이 없다면
그건 이해가 아니다.
4. 왜 이 착각이 AI에서 특히 강력한가
이해됐다는 착각은
어디서나 일어나지만,
AI에게서 유독 강력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AI의 답변은
사고의 중간 흔적이 제거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망설임이 없고
시행착오가 없고
틀렸다 고친 흔적이 없다
그래서 사용자는
사고의 과정을 보지 못한 채
결론만 소비한다.
사고를 하지 않았는데
결론을 받은 상태.
이게 바로
‘이해됐다는 느낌’의 실체다.
5. 그래서 1층 사용자는 항상 요약을 원한다
요약은
사고를 돕는 도구가 아니다.
불편함을 제거하는 도구다.
요약을 읽으면
머릿속이 정리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정리는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사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요약에 만족하는 순간,
질문은 멈춘다.
질문이 멈추는 순간,
사고도 멈춘다.
6. 이 착각이 가장 위험한 이유
틀린 결론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해됐다는 착각은
고칠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상태에서는:
오류를 봐도 불편하지 않고
반례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AI를 오래 썼는데
사고가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글 예고
왜 이 착각에 빠진 사람들은
항상 “요약해줘”부터 요청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