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정보는 늘었는데 판단은 왜 더 불안정해졌을까

정보 과잉과 사고 빈곤의 역설

1. 정보 과잉과 사고 빈곤의 역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 빠르게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하면 되고,
AI에게 물으면 되고,
요약을 요청하면 된다.


정보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넘친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보는 이렇게 많은데
왜 판단은 점점 더 불안정해질까.


왜 선택은 더 어려워지고,
왜 결정은 더 미뤄지고,
왜 확신은 점점 사라질까.


이 글은
"정보 풍요 속에서 판단이 가난해지는 이유”를 정면으로 다룬다.



2. 우리는 정말 ‘정보 부족’ 상태였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예전엔 정보가 없어서 판단을 못 했죠.”
“지금은 정보가 많아서 오히려 혼란스러워요.”


이 말은 절반만 맞다.


예전에도
사람들은 정보를 다 갖고 판단하지 않았다.


부족한 정보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정을 내렸고,
책임을 졌고,
후회를 했고,
다시 수정했다.


즉,
판단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에서 나왔다.


문제는 정보가 많아진 게 아니다.


문제는
정보가 ‘사고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정보가 늘수록 판단이 약해지는 구조


정보가 많아지면
원래는 판단이 쉬워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좀 더 찾아보고 결정할게요”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확신이 안 서서요”


이 말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판단을 유예하고 있다는 것


판단을 유예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충분한 정보’를 못 얻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위험한 착각이 숨어 있다.


3. ‘충분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완전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조건을 알 수 없고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고

모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이렇게 믿게 된다.

“정보가 더 있으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거야.”


이 믿음이 바로
정보 과잉 시대의 가장 큰 함정이다.


정보는 판단을 돕는 재료이지
판단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다.


그런데 AI와 같은 시스템은
이 경계를 흐려버린다.


4. AI는 왜 판단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가


AI는 놀랍도록 많은 정보를
정리된 형태로 제공한다.

장단점을 나열해주고

비교표를 만들어주고

가능성을 열거해주고

위험 요소를 정리해준다


겉으로 보면
판단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AI는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AI는
어디까지가 ‘정보’이고
어디부터가 ‘판단’인지
구분해주지 않는다.


이 경계가 흐려질수록
사용자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5. 정보는 넘치는데, 기준은 없다


판단이란 무엇일까.


판단은
정보를 고르는 행위가 아니다.


판단은
정보를 버리는 행위다.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

무엇을 무시할 것인가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이 기준이 있어야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1층 사용자는
이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AI가 이렇게 말했어요”

“대부분 이런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즉,
기준을 외부로 밀어낸다.


정보는 늘었는데
판단은 사라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 정보 과잉이 사고를 마비시키는 방식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신중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마비된다.


왜일까?


정보가 많아질수록
선택의 책임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만큼 알고도 틀리면 어떡하지?”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이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은 판단을 미룬다.


판단을 미루는 가장 쉬운 방법은?


� 정보를 더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 수집이
사고의 대체물이 된다.


7. 사고 빈곤은 무지에서 오지 않는다


중요한 점이 있다.


사고 빈곤은
무지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정보 소비에서 온다.

정보를 읽지만 소화하지 않고

답을 받지만 검증하지 않고

요약을 보지만 해석하지 않는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사람은 이렇게 느낀다.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정작 내 생각은 없다.”

이게 바로
정보 과잉과 사고 빈곤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유다.


8. 판단이 불안정해졌다는 신호들


다음 중 몇 개가 해당되는가?

결정 전마다 불안이 커진다

선택 후에도 계속 의심이 든다

남의 의견에 쉽게 흔들린다

“이게 맞나?”라는 말을 자주 한다

AI 답변을 보고도 확신이 안 선다


이 신호들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고의 기준이 내부에 없기 때문이다.


9. 판단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전환


판단을 되찾기 위해
정보를 줄일 필요는 없다.


대신
사고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정보는 참고자료로

기준은 내부에서

결정은 인간이


이 구조가 회복되어야
정보는 다시 도구가 된다.


AI는
판단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AI는
판단이 작동할 수 있도록
사고를 비춰주는 거울이어야 한다.


다음 글 예고


“AI 사용자가 가장 먼저 빠지는 착각: 이해했다는 느낌”
→ ‘아, 알겠다’는 말이 왜 사고의 종료 신호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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