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뉴욕까지
내가 그림을 그리지는 않지만, 화가라고 가정하고 누군가 그림을 왜 그리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거 같다.
"그림 속에서 원하는 무엇이든 생각하고 상상하고 자유할 수 있기에..."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경험, 가치관, 지적 수준, 가정환경, 성장배경 등 나의 삶의 전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어 내면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내 글을 읽고 감동하거나 삶 변하는 영광도 있고...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랄까...
난 그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생각, 가치, 인생관, 배경,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상뻬의 그림이 그러하다. 그냥 일상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래서 명작이라 불리는 지도 모르겠다. 작품은 그런 것 같다. 베스트셀러이든 불후의 명작이든, 명곡이든 생각과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감성을 자극한다.
상뻬의 그림을 거의 다 본 것 같다. 삽화가에서 아티스트라 불리기까지...누군가는 만화가로 불리고 누군가는 작가로 불리고 누군가는 예술가로 불리는데 사실상 뭔가 차이가 크다. 상상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아니 창작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창조성과 의미가 더해져 예술작품이 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뻬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래도 기분 좋은 상상이 만들어냈으리라. 그러나 상뻬의 어린시절은 애석하게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콜중독 아버지, 성격 화끈한 어머니의 잦은 불화와 부부싸움,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그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우리가 만나는 그림을 상상하기는 어려운데...참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상뻬는 그림을 그렸지만 글도 함께 썼다. 꼬마 니콜라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후 그림과 함께 글을 쓴 거 같다.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우리 아빠는 엉뚱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등 재밌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썼다. 그의 짧은 글과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상뻬의 최초작품집은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이다. 제목처럼 세상의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림을 통해 보여 준 세상도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그렸으리라...
이 그림을 보면 상뻬의 성장시절, 그가 상상하고 꿈꾼 일상이 그려진다. 상뻬의 그림을 보면 혼자 숲이나 평온한 곳에 있는 작품이 꽤 된다. 아마도 어린 시절 혼자 외로이 조용한 곳에서 먼 미래의 밝은 모습을 꿈꾸었을 것 같다.
상뻬, 참 생각을 많이 하게한다.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림도 잘 못 그리고, 잘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과 사회를 보여주는 상뻬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