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journey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비가 오면 그냥 맞아야 한다. 피할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사치이다. 피한다해도 집까지 자전거를 가져가야 하기에 그냥 맞는게 맘편하다. 오늘은 몇 년만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자전거도로에서 타고 있던 까닭에 피할 곳도 쉬어갈 곳도 없이 맞아야 했다.
'이왕 맞을거 맘편히 맞자!그 까지꺼...'
주구장창 비를 맞으며 문득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에 잠겼다.
자전거에서 내려 비와 함께 길을 따라 움직였다. 청승맞을 지 모르지만, 그냥 철학적 사유가 펼쳐졌다. 현대사회 사람들을 보면, 자신을 네트워크 속에 오픈해 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가면 속에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가족을 빼고 나면 나를 규정하는 소재는 4가지로 압축되는 듯 하다. 오늘의 제목이 바로 그 4가지, 자전거, 라디오, 책 그리고 커피이다. 사람을 볼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거의 대부분을 알 수 있다. 나란 사람도 그 범주안에 반드시 들어간다.
8~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은 대부분 알겠지만, 그 시절에는 생활기록부라고 하여 별의별 개인정보를 다 확인했다. 부모직업, 부모소득, 부모학력(출신교 포함), 주거형태(아파트,주택), 주택소유여부(자가,전세,월세) 등 지금 생각하면 깜짝 놀랄 정보까지 모조리 다 조사했다. 일명 호구조사라는 명목하에... 그 중 나의 개인인적사항란도 있었다. 장래희망,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취미와 특기 항목 적는란이 있었다. 항상 선생님이 내 취미와 특기에 대해 자세히 물으셨다. 좀 독특했었나 보다. 아님 좀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취미는 혼자놀기, 특기는 둘이놀기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도 우습기는 하다. 내 딴에는 혼자서도 심심치 않게 잘 놀고, 친형과 둘이 노는 것도 좋아서 그랬는 거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 하는 활동 소재는 주로 혼자하기에 제 격인 것들이다. 혼자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 같기도 하다.
얼마나 오래했는지가 중요하진 않지만, 자전거는 처음 탄 이후로 30년정도 탄 거 같고, 라디오도 중학생 시절부터 고정 프로그램을 찾아 들었으니, 20년이상 되었고, 어릴 때부터 유달리 책 욕심이 많아 보지도 않을거면서 이 책 저 책 사고, 빌려 보고, 읽고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커피와 함께 한 시간이 가장 짧은 거 같은데 그저 카페 분위기가 좋았고, 달콤했던 맛에 이끌려 카페를 알아 간 것 같고, 지금은 아메리카노 없인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아메리카노를 처음 접한 때는 2004~5년즈음이니 10년이 조금 넘었다. 어쨌건 4가지 활동소재를 볼 때, 기간의 교집합은 10년을 넘겼다는 점이 있다. 어찌됐건 10년이상 자전거와 라디오, 책과 커피를 친구이상의 관계로 오랜시간동안 이어오고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역시 이 소재들이 나의 일상의 조력자이자 평생의 친구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 운동은 물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며 주변 자연경관을 온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느낌이 새로운 생각을 가능하게 하고, 신선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평소 보지 못했던 동네 가게, 주변의 경치, 사람들, 일상의 전반에 대해 다시 보게끔 해준다.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일상의 재발견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돌아보고, 일상을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그런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요즘은 자전거도로도 워낙 잘 갖춰졌고, 주변 곳곳에 멋진 카페가 만들어져 있어 타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카페 역시 어느 순간부터 급속도로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카페를 볼 수 있고, 우스겠소리로 한집 건너 하나가 커피집이라 할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커피를 좋아하는 지, 아니면 다른 할 게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집에는 항상 사람이 붐비고 모임의 시작과 끝이 이 카페에서 비롯된다.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서로의 삶을 나눌 수도 있는 우리의 문화공간이 된 지 오래다. 커피브랜드 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문화를 판다고 할 정도이고, 현 CEO인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이렇게 말했다. "First is Home", "Second is Work", "Third is Starbuck"라 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표현했다.
어쨌든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상상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미래를 그리는 상상을 말이다.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뒤로한 채, 누구나 꿈꾸는 미래를 설계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람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어떤 공간에서 일하는가?, 어디서 생각하는가에 따라 생각의 한계가 달라진다. 카페가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새로운 공간, 색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곳, 그런 공간에서 미래를 그리는 일 또한 내가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책은 왜 읽는가? 책이 주는 유익은 과연 무엇인가? 정보습득을 넘어서 난 책을 통해 내가 얻지 못했던 경험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음으로서 저자가 경험한 일을 내가 경험한 것처럼 상상해 보며, 그런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를 생각 하며 책을 읽는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자주 읽고, 가급적 많이 접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책이 주는 메세지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꼭 서평을 써 놓는다. 읽은 책을 다 쓰지는 못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한 내용, 꼭 기억해야 될 내용이 있다면 기록해 두고 오래두고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도, 내용이 오래 기억이 나고, 나름대로의 다른 시각의 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러 갈 때는 항상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얼마나 운동을 해서, 어떤 카페를 가서 쉬었다 와야 하는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인지, 카페에서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분위기가 너무 시끄럽거나 혼자 오래 있기에 좀 부담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 요즘은 스마트폰에 라디오앱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며 라디오를 충분히 들을 수 있고, 움직이는 동선도 모두 GPS를 통해 좌표를 찍을 수 있고, 읽고 싶은 책도 eBook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취미가 있고,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어떠한 활동이든 그 모든 각자의 쉼과 여유를 통해 일상의 자유와 만족을 가져다 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