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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저는 세 딸의 아빠입니다.

크게 잘 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올해 「사유하라 상상하라」제 글모음에 번호를 매겼는데, 벌써 39번째가 되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창 시절 야구를 아주 잠깐 했었는데, 그때 제 백넘버가 39번입니다. 

이 백넘버도 사연이 있는 숫자인데, 그 때는 그냥 순수한 생각으로 제 이름과 지금의 아내(당시 여친)의 이름의 자음,모음의 단순합을 계산한 것이 39입니다. 뭐 어찌됐건, 39란 숫자는 제겐 의미있는 숫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주제가 39는 결코 아닙니다. 그 39번째의 의미있는 글이 하필 또 제 가족이야기입니다. 세상 모든 분들이 그렇듯, 저 역시 가장 사랑하고, 삶의 이유인 제 가족 말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족, 식구는 삶의 원동력이자, 그들을 위해 하는 수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매일매일의 고생이 힘들지 않은 이유일 겁니다. 

제 길지않은 직장 생활동안 프랑스에 꽤 긴 출장을 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인연으로 아직도 친분이 계신 분이 있는데, 당시 프랑스주재원으로 있다가 한국으로 귀임하셔서 얼마 전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식사시간의 대부분이 가족 이야기였고, 그 중에서도 자녀의 미래, 교육이 핵심이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한 선배부장님께서,

"신과장도 애를 키워서 잘 알자나? 나도 딸이 둘인데,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힘들게 직장생활하는 게 무슨 이유겠어? 결국 조금이라도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아니 가족이라 하면 범위가 너무 크니, 자식에게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함 아니겠어? 50년 가까이 되는 인생 돌아보니, 사실 뭐 별거 없더라고...",


그 때 부장님이 하신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저는 그 날 잠을 못 잤습니다. 그동안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잘 설명하기도, 말로 하기 어려운 문제이고...음...저 역시 제 딸들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생각을 오늘 이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딸이 셋인 사람입니다. 세 명에 놀라고, 딸이 셋이라 더  놀라고...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아마 '웃으시는 분이 반정도', '대단하다 하시는 분이 반정도' 될 거라 생각됩니다만, 저는 정말 복을 많이 받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큰 딸은 7세이고, 둘째는 5세, 그리고 막내는 아내 뱃 속에 있습니다. 이제 17주입니다. 아직 태 중에 있지만, 실제 한국 사람들은 태아를 인정해주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1살인 것은 바로 태 중에 잉태된 기간을 인정해 주는 그런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법적으로도 태아의 권리능력은 인정됩니다. 출산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이런 얘기를 할려고 한 건 아닌데, 매번 서론이 길어집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출산 시대의 당당한 애국자로서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굉장히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현실과 고령화를 보시면 아마도 세상을 보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래에 대한, 다음세대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그러다 보니, 제가 여간 사회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닙니다. 소득활동은 기본이고, 교육문제, 사회복지, 안전문제, 저출산문제, 고령화문제 등 딸들의 미래와 관련된 사회 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전공도 사회과학이라 아마도 평생 사회이슈나 문제와 결코 동떨어질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중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문제부터 고민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저출산문제는 굉장히 심각합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30년 뒤의 한국 어떨까요? 우리의 다음세대는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까요? 객관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30년간 출생자수를 보면 아마 여러분도 깜짝놀랄겁니다. 그리고 고령화비율을 보면 더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데이터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들어가 보시면 국가 전반에 대한 통계지표가 매우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5년을 기준으로 신생아 출생수는 438,700명입니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과거지표를 보면 금방 눈에 들어올 겁니다. 2001년 기점으로 50만이상이 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1980년 전후로 출생자 수가 반이상 줄어들었습니다. 1971년 1,024,773명의 최정점 이후로 출생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45년간의 출생자 수 추이 : 1970년~2015년>

지난 반세기 동안 출생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10년 뒤에는 30만명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기침체의 장기화, 고용없는 저성장, 청년실업과 결혼적령기의 지체, 맞벌이 부부의 일반화, 육아부담 등으로 인해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라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저출산 문제, 30년 뒤의 일은 사실 그 누구도 별로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질 생각도 없습니다. 그럼 정말 관심가져야 할  부모세대와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30년간의 출생자 수 추이 : 1986년~2015년>

45년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왜곡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한 세대의 기준인 30년을 기준으로 하여 2015년 출생자에서 30년전인 1986년까지 구간을 좁혀서 다시 보았습니다. 1986년 출생자 수는 636,019명으로 2015년 출생자와 비교해 보면, 20만명이 줄었습니다. 지금 현재 대학교 1학년인 1997년생은 668,344명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인 2002년생은 492,111명으로 17만명이 급격하게 줄어듭니다.현재 기준으로 대학에 들어갈 자리가 17만개 남게 됩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보통 큰 대학교의 1학년 신입생은 3천명 수준으로 이와 비교해 보면, 50개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우선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다시 저출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정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실패한 정책을 떠나서 제가 보기에는 정책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출생자 수와 합계출산율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출생자수는 통계청의 자료와 그래프에서 15년 기준 438,700명이며, 지난 15년간 40만명대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고,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이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아래 그래프에서  현재 1.24명이며,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2명을 넘은 적이 없으며, 최대값은 1992년 1.76명이었습니다.(83년 2.06명을 끝으로 2명을 넘은 때는 한 번도 없음)


결과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도록, 낳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하나도 효과도 실익도 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출산정책을 들어가 보시면 정말 한심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저런 걸 정책이라고...보건복지부 인구아동의 출산정책 배너를 클릭하시면 출산정책은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임신.출산비용지원 확대, 둘째는 모자보건지원, 셋째는 국민연금 출산크레딧입니다. 이 정책을 가지고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부가 정말 한심하고 무능해 보입니다.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정책을 보고 낳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낳은 결과를 가지고 이런 저런 혜택을 알아보는, 낳은 결과만 지원하는 정책이 우리 출산장려정책의 수준입니다. 정말 출산을 못하는,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뭔지도 고민도 하지 않은 것 같고...


<지난 30년간 합계출산율 추이 : 1986년~2015년>


출산정책이 왜 이모양 이꼴인 걸까요? 왜 이렇게 한심한 정책만 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의 결과는 너무 당연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 보건복지관련 국회의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은 표로 먹고 사는, 선거에 살고 선거에 죽는 사람들입니다. 30년후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바보보다는 당장 1~2년이 현실적이고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 즉,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의 임기는 길어야 5년입니다.그렇기에 괜한 돈을 써도 정책의 효과는 자신이 보지 못하기 때문이에 굳이 신경을 안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산정책은 20년 후에 그 효과를 보게 되는데,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들이 보기엔 바보같은 행동일 겁니다. 그래서 표에 도움되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선심성 정책만 남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출산정책은 선심성 정책이 결코 될 수 없기에... 사실 이대로 출산정책을 두었다가는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미래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지금 당장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의사결정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돈만 쓰고, 효과는 본인이 보는 게 아니기에 정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년 뒤에 본인이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30년 뒤의 정책을 왜 수립합니까?하면서 말입니다.


저출산문제를 고령화와 비교해보면 더 심각합니다. 사회학에서는 65세이상 구성비가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부릅니다. 16년 현재 한국의 경우 65세이상 비율은 13.5%이며, 6,863,500명입니다.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이 예상되며, 그 때부터는 고령인구가 유소년인0-14세인구를 초월하게 됩니다. 저출산은 지속되며, 고령화는 가속화 되게 되어 있습니다. 출생하는 인구보다 고령으로 진입하는 인구가 더 많아지게 되기에, 초고령사회는 급속도록 빨라집니다.


<고령화지수 추이 2015년~2040년>

이렇게 보니 대한민국 국가의 미래가 겁이 납이다. 늙어 가는 대한민국, 성장 동력을 잃어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활력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해외 국가들의 고령화 추이를 보면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더 비교가 됩니다. 프랑스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기까지 115년, 스웨덴은 85년, 캐나다는 65년, 영국은 45년, 일본은 26년, 한국은 18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 말은 다시 생각하면, 과거 선진국은 출생자가 고령자보다 더 많았고, 후발주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출산을 하지 않았다고 추론이 가능합니다. (고령자비율은 전체 인구 중 65세이상 인구비율-아시겠지만, 분자보다 분모가 더 커지면 커질수록 비율은 낮아집니다)

<고령자 인구추이 2015년~2040년>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B35003&conn_path=I2


이런 우울한 미래가 우리 딸들이 살아갈 생각을 하면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저와 우리 기성세대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해 국가적으로 정부 정책기획자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현재와 같은 정책으로는 택도 없는 사실도 빨리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그건 그렇고, 우울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다음세대인 제 딸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생각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늘 세 딸들을 생각하면서 이들에게 해 주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말입니다. 사실 남녀평등사회, 자유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여성이 넘어야 할 장벽은 너무 높습니다. 장벽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는 그런 벽을 가리켜 유리천장이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은 정말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대통령은 여성입니다. 최초의 지만,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일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여성입니다. 고양시에 4명의 국회의원 중 3명이 여성입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는 회사의 직속상사가 여성팀장이고, 제 선임선배 또한 여성입니다. 이뿐이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지폐 중 가장 고액권인 5만원에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고, 그야말로 여성의 지위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이런 사실이 시대정신을 분명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있게 당당하게 소신있게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사실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이 땅을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말입니다. 화이팅 해 보자!!! 사랑하는 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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