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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엄마

오늘은 우리 엄마의 생신이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바쁘다는 핑계로, 가기 멀다는 이유로, 애들 키운다고 힘들다는 변명 같지도 않은 말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렇게 엄마생일인 오늘이 지나간다.


얼마나 철이 덜들었으면 아직도 엄마라 부른다. 아직도 사실 어머니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난 그냥 엄마가 좋다. 오늘 집에 오면서 엄마사진을 찾을려고 보니, 결혼식 사진이 전부다. 벌써 7년 전 사진...딸래미 사진은 핸드폰 내장메모리 32G를 꽉 채웠는데 말이다. 거참...이래서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것일게다.


말은 못해도 다시금 부모님께 감사하며, 나도 한참 부족한 부모지만, 그 부모님의 헌신과 희생을 생각해본다. 지난 어린시절을 회상해볼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7살 때인가 8살 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추운 겨울이었다. 엄마 손을 붙잡고 지하 교회기도실에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도 무서웠는지, 기어이 자는 날 깨워 비몽사몽인 날 데리고 교회로 갔었다. 몇 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회에는 아무도 없었고, 밤이고 지하여서 정말 칠흙같이 어두웠다. 다행히 교회기도실 정 중앙에 기름난로가 있었다. 엄마는 그걸 틀었고, 안도했고, 그렇게 엄마는 무엇인가 간절히 기도했었다.


그 때의 지하 기도실 기억이, 엄마의 간절했던 그 모습이 30년이 지난 아직도 내 뇌리에 깊이 자리잡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어 가끔 생각에 잠길 때나 엄마 생각이 나면 그 때가 떠올려진다.


오늘 엄마 생일이라 전화 통화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아들놈 생각에 불철주야 기도하신단다. 그렇다. 엄마의 그 내리사랑, 내가 다 갚을 길이 없지만, 그 사랑덕분에 지금껏 성장해 왔다. 또 현실에 돌아오면 정신없이 지내겠지만, 그 헌신적인 어머니께 감사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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