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불과 일주일전만 하더라도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는데 어제밤에는 추워서 이불을 덮을 줄이야...가을바람의 기습공격에 여름땀띠가 한순간에 몰락했다. 어쩌면 서서히 변화가 왔는데 나만 몰랐을 수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딱 지금의 가을바람 기습공격을 받은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지난 반세기동안 그야말로 고도성장을 거치며 줄기차게 성장을 위해 전력질주하며 달려왔다.
국가의 성장을 판단하는 주요 경제지표인 경제성장률{(금년도 실질GDP-전년도 실질GDP)/전년도 실질GDPx100}을 기준으로 2015년은 2.6% 성장했고, 1973년 14.8%로 최고 성장을 기록한 이후, 몇 차례의 국제경제 위기(1979년 국제유가폭락,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2000년 초반까지 줄곧 고성장을 이루어왔다. 그야말로 식을 줄 모르는 열기 속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서히 그 열기가 찬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올 2016년도 경제성장률 역시 3%를 넘어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지난 5년간 평균 3%를 넘어서지 못했다.(11년 3.7%, 12년 2.3%, 13년 2.9%, 14년 3.3%, 15년 2.6%, 16년 2% 중반예상)
이런 추세를 볼 때 한국은 분명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지난 과거 고성장기 때와는 분명 경제,사회,문화,교육,주거,환경 등 우리의 일상 전반이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될 것이며, 이미 그 모습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구직시장의 붕괴, 이로 인한 청년실업이 도화선처럼 작용하여 연쇄적인 반응인 결혼의 지연, 혼기 연령의 상승, 그로 인한 출산연령의 고령화, 저출산, 고령사회, 세대갈등, 다양성의 확대로 인한 갈등, 생산성하락, 삶의 질 중시확산 등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의 전반적인 사회 문화는 소수가 주도하고, 다수는 그에 편승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나 사회 구조는 나라를 빼앗긴 서러움과 말할수 없는 두려움,고통이 국민정서에 뿌리를 내린 점이 있을 수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6•25전쟁으로 군사 독재가 가능했던 것도, 그 이후 개발독재가 가능했던 것도 그런 사회분위기,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한계, 그에 따라 누군가에 의지하고 따라갈 수 있는 정서적 태도가 우리나라 문화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무엇이 맞고 틀린지 누구도 잘 모르는 사회이기에 정부주도의 성장, 특정 기업, 특정 지식층 주도의 양적 성장이 가능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 특유의 높은 교육열, 근면성, 성실함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고도 성장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국민 1인당 생산액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2015년 1인당 국내총생산액도 3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의 시작점에 왔다. 고도 성장기의 생각과 사고로는 사회변화를 이겨낼 수도 버틸 수조차 없게 되었다. 시대정신이 변했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 분위기, 사회 문화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정 소수가 이끌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지금의 변화의 출발은 깨어있는 소수로 비롯하겠지만, 그런 소수가 모여 다수를 참여하게하고 또 다른 다수를 만들어가는 그런 사회이다. 누군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그런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하는 과정자체가 어렵고,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그런 사회이다.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며, 변화된 사회를 이끌고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도 필요하다. 다른 생각과 문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게 개방성 사회가 되어야하고, 모든 정보의 접근과 공유가 가능하도록 투명한 사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지속될 수 있는 실험 사회, 이러한 모든 생각의 기본인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서로가 합의한 원칙과 기준 속에 다양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우리가 맞이하는 사회가 되면 이 가을바람도 습격이 아닌 우리가 생각해 온 그런 계절의 연속적인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