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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각양각색

편견과 오류 줄이기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우리의 생각도 가치도 기준도 변한다. 그 때는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와서 보면 말도 안되는 사실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편견과 오류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잘 알다시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과 같은 세상이 된 지는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하고, 각자의 생각과 입장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각양각색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배려되는 지금이 정말 얼마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우리의 편협함, 편견, 오류 속에 갇혀 있는 것이 많다. 획일화되고, 효율성이 강조된 고속 성장 사회를 거친 우리에게는 알게 모르게 더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개봉한 Hidden Figures라는 영화에 보면 지금 사는 세상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낀다. 1960년대 미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히든 피겨스는 미항공우주국 NASA의 직원인 세 흑인여성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세 명의 흑인여성이, 그들이 사는 1960년대 미국의 실상과 불합리함을 스스로 고발하며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 실화이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때는 인종에 따라, 성별에 따라 차별이 일반화된 사회였다. 불과 50년 전 가장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말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각자의 재능과 역량이 철저히 무시되는 그런 사회가 당연했다는 사실이 정말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불과 100년전만 하더라고 신분에 따라 계급이 있는 사회였다. 신분계급에 따라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정해졌다. 그 시절의 시대정신에 따라서 말이다. 여성이 사회진출한 때도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지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성별에 따른 제약만 있는가? 육체적, 정신적 약자,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가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제약이 지금 당장은 사회적인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지만, 그런 효율성은 결코 사회를 진보시키지는 못한다. 결단코...


가만히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전 세계 70억 인구의 사람들이 모두 각양각색이며,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다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같은 모습의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수십년을 함께 산 부모와 형제도 다 다르다. 다양성이란 이런 다름에서 출발한다. 틀린 것이 아닌 다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 왔다. 나와 같지 않으면 다른 것이 아닌 틀렸다고 했다. 정답과 같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고 배웠다. 생각의 유연성보다는 생각의 정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면서 생각은 경직되고, 편견과 오류 속에 갇혔다. 모두가 똑같은 아파트에 똑같은 자동차를 타고,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사실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교육제도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학습능력의 탁월함만을 인정해 왔다. 문자를 있는 그대로 빨리 이해하고, 암기해 내는 능력, 빨리 배우고 외울 수 있는 능력, 정답과 똑같이 베껴내는 능력을 최고로 생각해 그것이 아닌 다른 역량은 철저히 외면되었다. 즐기기보다는 일단 해내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살았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가 잘 하는 산업도 건설업, 제조업, 통신인프라업처럼 빠르게 만들어 내는 능력은 세계 최고로 잘한다. 전형적인 산업혁명기의 성장에 딱 맞는 그런 사회이다. 지금의 사회는 4차 정보통신혁명기를 맞이 했는데 말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고도 성장기의 산업혁명 시대의 제도에 갇혀 편견과 오류 속에 살고 있지는 않는가?


전 세계가 4차 정보산업혁명 준비에 분주하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 이것저것 무엇이든 연결되는 네트워크 사회가 바로 지금의 사회이다. 이런 사회는 각양각색의 다양성이 더 중요하고, 그러한 다양성 속에 각자의 재능과 역량이 인정되고, 활용될 수 있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가치관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아직 우리의 생각 속에, 제도 속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오류가 없는지, 나와 같지 않음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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