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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Paradigm and Paradox

세상은 정말 이성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세상은 살아봐야 하기도 하다. 뭐 어찌됐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고, 그러한 가치가 세상과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가지 공존하는 가치들이 있지만, 그 중의 지배적인 가치를 가리켜 패러다임으로 하기도 하고, 관습, 문화, 관념, 신념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여기서는 지배가치를 패러다임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또 다른 용어 패러독스가 있다. 패러다임과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 그 자체를 가리켜 패러독스라고 한다. 역설적 상황, 터무니 없는 것을 가리키고, 사전적으로는 '반대'를 뜻하는 그리스어 'para'와 의견을 뜻하는 'doxa'의 합성어이며, 배리(背理)·역리(逆理) 또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비슷한 용어 같지만 완전히 다른 뜻을 지닌 이 두 단어, 패러다임과 패러독스를 생각하면 세상의 돌아가는 상황이 이 두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았다. 뭔가 규칙적이고, 이성적인 패러다임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패러독스처럼 말도 안되는 역설적 상황이 이 세상을 대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세상의 이치란 무엇일까? 

순리대로 돌아가고 자연스러운 도리나 이치에 맞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게다. 우리나라   사회, 경제, 정치적 상황이 이치와 순리대로 되지 않지만,,,


우선 패러다임부터 생각해보자. 패러다임(paradigm)은 말은 원래 언어학용어로 어원적으로 동사의 어형변화라든가, 계열체(系列體), 모델(model), 틀(frame) 등의 말이었다고 하나, 일반적으로 패러다임을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처음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일반화시킨 사람은 바로 토마스 쿤(Thomas Kuhn)이다. 그의 주저인『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1962)』에서 사용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저서에서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란 과거의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 이상의 것에 확고한 기반을 둔 연구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업적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과학 사회가 얼마동안 과학이 보다 나은 실제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인정한 것을 말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뉴튼의 『프린키피아(Principia』, 라보와지에의 『화학』 등은 한 때는 연구자들 대대로 내려오면서 연구 분야에서 정통의 문제와 방법론을 은연중에 정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책들은 많은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함과 동시에 모든 유형의 문제를 다시 개편하여 연구자들로 하여금 해결하도록 남겨놓은 융통성이 있는 업적인데 이런 두 가지 특성을 띠는 업적을 나는 이제부터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부르기로 하는데 이 말은 정상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김운회, 새로운패러다임을 찾아서 재인용)

토마스 쿤의 말은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과학사회의 구성원들이 그 시기에 공유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ideology) 또는 믿음(belief), 가치(value) 등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잘 아는바와 같이 우리의 지배적인 가치, 믿음, 신념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신념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패러독스라는 말이 패러다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을 다시 말하면 패러독스인데, 참 세상을 살아보면 이 같은 상황이 꽤 일반적인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특이한 상황으로 유명한 프렌치 패러독스(French'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미국인과 영국인 못지않게 고지방 식이를 하고도 허혈성 심장병에 덜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 원인을 레드와인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는데, 어쨌거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것이라하여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반적인 패러다임과 다르게 패러독스인 상황에서도 잘 돌아가게 되는데, 참 세상은 재밌는 것 같다.  

 

우연히 정약용의 독소라는 시를 보게 되었는데, 그 상황도 패러다임과 패러독스만큼이나 잘 맞는 내용이다. 정약용이 살던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살아는 건 똑같은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독소(獨笑), 정약용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양식 많은 집,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아들 많은 집, 굶주림이 있으며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좋은 인재는 재주 펼 길이 없고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도상릉지) 지극한 도는 항상 쇠퇴하며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아비가 아끼면 아들이 방탕하고
婦慧郞必痴(부혜랑필치) 지혜로운 아내의 남편은 바보다
月滿瀕値雲 (월만빈치운)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끼고.
化開風誤之 (화개풍오지) 꽃이 활짝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세상 일이란 모두 이렇다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나 홀로 웃는까닭 아는 이 있을까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상, 그러나 패러독스로 움직이는 세상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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