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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화된 사회,높아진 진입장벽


안정화된 사회, 높아진 진입장벽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와 경제가 안정화될수록 중세봉건사회의 계급적인 요소가 강화된다. 자본주의 사회와 민주주의는 많은 이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우리에게 흥분과 감격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축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복이 고통으로 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생각해 보자. 청년실업 백만시대를 넘어, 주 경제활동의 원천인 청장년층의 실업은 우리에게 경고를 넘어 위험한 수위에 올라와 있다. 고등교육을 마치고, 많은 지식을 보유한 대학졸업자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직업을 가질 사회를 만나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로 60년을 넘은 안정회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단계적 성숙을 거치지 못한 한계가 있는 자본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그 누가 보더라도 자유민주사회로 정치, 경제, 문화, 역사적으로 안정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화된 법과 제도, 원칙과 기준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으며, 합리적인 제도 속에서 사회 구성원은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전제이자,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나, 이는 완전하거나 완벽한 것이 아닌 언제든지 수정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안정화라는 것은 점점 수정보완됨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제도라는 것이 그 제방에 둑을 쌓는 것과 같이 높아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에서 직업선택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지금의 사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우리 사회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그 직업 기회 또한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맛볼 수 없는 슬픈 사회에 살고 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을 부담스럽게 받아야 하며, 사교육을 받는 것조차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남들보다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외국어학원, 자격증학원에 수많은 돈을 제공해야 하는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다. 소위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정말 옛말이 되었고, 자본주의 사회라는 말처럼 경제력이 있어야 그나마 무엇을 할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안정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법과 제도가 안정화 된 지금, 많은 이들에게 많은 조건을 걸게 되고, 조건이 비슷한 구성원끼리, 집단끼리 하나가 되고, 또 다른 벽을 쌓아가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거 같은, 직장에 입사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결혼하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거 같은, 아이를 낳으면 다 이루었다고 할 거 같지만, 점점 새로운 도전이 생기며, 이러한 도전은 새로운 진입장벽을 구축하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를 판단하게 되고, 높은 기준과 조건을 걸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한 번쯤은 우리의 안정화된 사회가 높은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고 고민해 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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