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주의
‘수많은 이들의 피 값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최근 들어 많이 고민해 본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자유민주주의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 자유를 위해 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잃었어야 했는가? 대한민국보다 민주주의의 더 역사가 깊은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혁명을 만들어야 했는가?를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선거(투표)와 다수결의 원칙을 가장 중요한 원리라고 한다. 그 본질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와 평등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기 때문에 국적,신분,종교,경제력,성별 등에 차이가 없이 1인 1표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선거권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과거에는 선거권에 차등이 있었고, 선거권이 없는 시절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이 모여 조직과 사회를 만들고, 사람들 사이의 약속인 법을 만들어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본질과는 무관하게 권력의 중심이 되기 위해 투표권을 보이지 않는 돈으로 거래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현재의 민주사회를 복지국가라고 말한다. 복지국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 생활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사회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실업급여 등 정부예산으로 국민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알지도 못했던 정책으로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정부재정이 건전해서 북유럽이나, 일부 선진국처럼 건강한 복지정책을 실현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또 국가는 향후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예측할 수도 없는 정부예산을 쏟아 붓는다든지, 특정의 이익집단, 사회집단의 표를 받기 위해 사회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 모두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가는 행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보기에 그럴듯한 제도로 우선 당선이 되고 나면 ‘아님말고’라는 식, ‘뒷감당은 난 모르겠다’는 의식이 깔린 정책이 너무나도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인기영합 공수표가 노인연금제도, 반값등록금제도, 의료비 전액보장제도, 병역기간 단축, 인권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가장한 동성애 합법제 등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의 태도로 결국 돌아오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만을 가져온다. 각 단체 간의 갈등, 의견충돌이 점점 더 심해지며, 서로의 의견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는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인 선거와 다수결이 진리는 아니다. 판단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잘못될 수 있고, 또 영원히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 민주주의를 통해서 사회가 발전해 왔는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두들 생각은 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현재의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를 하는 권리자, 당사자가 더욱 더 똑똑해져야 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고, 문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20,30년 뒤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인가? 그 때도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사회의 중심축으로 있을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