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4.신세계

신세계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신세계란 이름처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 환상, 기쁨을 느낀 사람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넘쳐 날 것이다.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세계에 대한 그 설레임과 환상, 그 무엇이 오랜 시간동안 그 누군가에 의해 곱씹어져 왔다. 한국에도 신세계라는 이름의 유통 대기업이 있다. 그 이름처럼 신세계그룹에서 새로운 사회 실험을 발표했다. 대기업에서 처음 시도하는 근로시간 단축(주 35시간)이다. 그것도 유통업계이기에 파격적이고 놀라울 따름이다.  근로시간 단축, 노동역사의 변화과정을 볼 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기술과 사회가 진보할수록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점차 줄어왔다. 새로운 시대가 오긴 왔는 것 같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표준 근로시간은 일 8시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 시간이 임금(급여)구성하는 기본적인 산출기준이다. 주40시간의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경우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이 가산된다. 일부 외국계기업이나 복지가 좋은 기업에서 주35시간을 하는 기업도 있기는 하나, 주로 규모가 작거나, 연봉제 중심의 성과나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직무 중심의 기업에서 적용된다. 한국 대기업에서 그것도 유통업(리테일업)계에서 주35시간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한다는 것이 사실 대단한 일이다. 유통업은 통상 영업시간이 길고, 주말근무도 일반적이고, 재고관리 등의 영업외의 업무도 일상적이기에 주 35시간을 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큰 업계이기에 파격적이라는 말이다.


다른 나라나 선진국에서도 근로시간단축의 사례가 일반적일까? 우리나라가 근로시간이 긴, 피로도가 높은 사회라고, 근로시간 대비 생산성이 낮은 국가라고 하지만,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특성이 같을 수 없기에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든 그것을 비교하기보다는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한 기업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누구나 잘 아는 미국의 켈로그라는 유명한 시리얼 제조업체에서 1930년에 일 6시간, 주30시간으로 하는 정말 파격적인 근로 제도를 실시했다. 그것도 55년간...1985년에 그 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미국의 1930년도를 생각해 보면, 경제대공황의 시대였다. 실업이 일상이 된 그 때, 일자리를 나누고, 노동과 여가의 균형,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켈로그에서 새로운 사회의 실험의 첫 발을 내딛였다. 미국 사회 모두가 주목하고 켈로그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5년간의 실제 데이터로 6시간 노동제의 안정적인 운영과 생산성, 소득수준, 개인삶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대대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놀라운 결과이자, 모두가 그 결과의 대단함에 새로운 시대가 가까워왔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시간에 지남에 따라 내부적, 외부적 생각은 다르게 나뉘어졌다.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더 하길 원하는 사람, 소득수준을 더 높이길 원하는 사람,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 생산성을 더 높이고자 하는 사람,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 등 근로자 내부, 근로자와 경영진, 노동조합 내 내부적인 갈등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속이 늘어나면서 근속이 긴, 나이가 많고, 생계유지의 필요성이 커진 근로자는 임금의 상승, 추가적인 근로를 통한 소득증가를 원하는 쪽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내부적으로 이해관계 집단이 분리되기 시작했고, 갈등의 상황은 예상치 못한 50년 전의 근로제도로 환원하게 되었다.


다시 신세계로 돌아가보자. 일 근로시간 1시간 단축, 주 근로 시간 35시간의 새로운 사회 실험, 어떻게 될까? 첫 언론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지금 다시 신세계를 검색해 보니, 경영계는 경영적 여파가 커질 우려, 노동계에서 임금저하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신세계의 새로운 사회실험이 정착해서 성공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삶의 모습과 일상, 새로운 시대는 누군가의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유통업계에서 가능하다면 다른 업계는 당연히 긍정적인 시도가 가능할 것이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93.뭔가 잘 되지 않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