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and Natures do often agree.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요즘 들어 마음에 새깁니다. 전 예나 지금이나 형식보다는 내용이 먼저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의 겉모습, 사물의 겉모양을 보기 보다는 내면의 모습, 인성, 본질, 본성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혹 순간적으로 사람의 외모로 판단을 하게 될 때에도 그 본래의 성격, 인격을 보기 위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회사에서 배우고, 보고, 듣고 성장해 왔던 일은 인사업무였습니다. 첫 10년동안 했던 인사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업무는 보고서 작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업무 관련 보고서를 기획하고 분석하고, 실행하고, 평가리뷰하면서 수 천 번의 보고서를 만들고 보고했습니다.
한 번은 글로벌 굴지의 M컨설팅사와 같이 프로젝트를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컨설턴트들이 보고서를 얼마나 잘 만들던지 혀를 내 두를 정도였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했냐하면 보고서를 보는 순간 내용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아닌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왔었습니다.
그 때 저의 배움은 두 가지였습니다.
1)Visual : 한 눈에 들어오게 만들 것
2)Tangible :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줄 것
물론 저의 배움과는 달리 그걸 보는 의사결정자들은 내용은 안중에도 없고 형식에 압도되어 택도 아닌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일쑤였습니다. 내용에 압도된 것이 아닌 형식에 매료되어 잘못된 의사결정의 방향이 얼마나 많았는지, 결국 사업은 폭망하고 말았고, 최고 의사결정자인 CEO까지 교체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새 CEO는 오너였고, 이미 전략기획팀의 일부가 된 M컨설팅 출신의 현란한 보고서의 형식적 잔재를 타파하고자 보고서 단순화를 지시하였고, 전략보다는 실행중심의 과도기적 시대 속의 나의 보고서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나의 가치관엔 변함이 없었고, 단 한 번도 보고서 형식에 대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만...
본사조직에 속해 있던 나의 최고 가장 상사는 CHO(Chief HR Officer: 최고인사책임자)였는데, 아직도 그 분의 주옥같은 말씀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신과장, 때론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