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스 암스트롱
자전거를 탄 시간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2007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싸이클을 타게 되었는데, 타게 만든 사람이 랜스 암스트롱이었다. 나랑 10년 차이 나는 미국 텍사스 출신의 싸이클 선수였다. 이 선수로 인해 나 역시 싸이클 세계로 발을 들였다.
랜스 암스트롱은 지옥의 레이스로 21일간 3,500km를 완주하는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연패 최다 우승한 싸이클계의 영웅으로 1996년 고환암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드라마 같은 인생역전의 주인공이었다. 나에게도 의미있는 삶의 이유와 목적을 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이 선수는 현재 싸이클 선수로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싸이클 선수로서의 기록도, 기억도 모두 불명예를 넘어, 그의 인생 전체가 부정되고, 그를 아는 모든 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다.
그는 2012년 10월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 혐의로 미국반도핑기구(USADA)에 의해 1998년 이후의 모든 수상실적에 대한 박탈과 선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고, 2013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의 모든 혐의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의 모든 업적은 호르몬 조작의 결과(적혈구 내 산소농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 주사 주입)였고, 호르몬 과다 복용(이상반응 및 비정상반응의 연속 작용으로 신체기능 저하 및 부작용, 부반응)으로 인해 고환암도 발병하게 된 희대의 거짓과 부정에 따른 자작극의 몰락, 싸이클 스포츠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처절한 현실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로서는 적잖은 충격과 경쟁의 세계가 무엇을 보여주었는 지, 한 인간의 욕심과 허영심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개인의 도덕심이 얼마나 허무한 지, 우리 사회에서 정직과 윤리, 양심과 진실, 삶에 대한 진정성, 일상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 나 스스로에게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싸이클(cycle)은 circle, circulation의 둥근 원의 순환, 반복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인생은 싸이클이다. 만약 싸이클 자전거의 바퀴가 원이 아니라면, 둥글지 않다면 앞으로 가지 못하며, 설사 갈 수 있다하더라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순환, 반복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일상의 지속성, 일생의 큰 그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랜스 암스트롱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디까지 갈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과 세상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이 만들어 놓은 탐욕에 무너져 완전히 몰락해 버렸고, 그의 싸이클은, 그의 일생은 처참히 구겨진 바퀴같은 모습이 되어 버렸다.
우리 인생의 바퀴가 아무 일 없이 자연스럽게 굴러 가는 것, 완전히 둥근 모습으로 잘 굴러 가는 것, 일상의 작은 정성들이, 작은 루틴들이 모여 일생 모든 것의 순환과 반복이 매끄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다시한 번 가슴에 새겨본다.